18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정원에 밤사이 내린 비로 떨어진 낙엽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온대지역의 낙엽수는 가을이 깊어져 기온이 내려가고 일조량이 줄면 잎 색깔이 바뀌고 결국 잎을 떨구고 만다. 기온 저하와 일조량 감소 등과 같은 스트레스 요인에 적응하는 것인데,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면 낙엽이 지는 시기가 점점 더 늦어질 것으로 예측돼 왔다. 실제로 초기 관측에서는 기온 상승으로 온대 낙엽수의 낙엽 시기가 늦춰지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 수목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이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으며 오히려 광합성 활동이 늘면서 낙엽이 더 일찍 질 수도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온대 낙엽수가 광합성을 통해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CO₂)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로,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면 나무의 생장 기간이 늘어나 더 많은 CO₂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과학계의 일반적인 기대와는 어긋나는 결과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 데버러 자니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마로니에와 자작나무를 비롯한 유럽 온대 낙엽수를 대상으로 생장기 CO₂흡수량과 낙엽 시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948년부터 2015년까지 일부 수종을 장기 관찰한 '범유럽 식물계절학 프로젝트' 자료를 활용해 봄과 여름의 광합성률이 증가할수록 가을의 낙엽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광합성 활동이 10% 증가할 때마다 평균 8일 정도 낙엽이 빨리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5년생 유럽 너도밤나무와 일본 메도스위트를 대상으로 양지와 반그늘, 완전 그늘 상태에서 진행한 광합성 활동 양 실험을 통해서도 광합성 총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온대 낙엽수가 일정한 양의 CO₂만 흡수할 수 있고, 한계에 도달하면 나뭇잎 색깔이 변하고 결국 잎을 떨구고 마는데, 이런 한계 흡수량이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영양분의 이동통로인 물관 등의 물리적 구조와 나무의 생장에 작용하는 영양분인 주변의 가용 질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예측 모델을 통해 2100년께 지구온난화로 나무의 생장기가 22~34일 늘어나겠지만, 낙엽은 3~6일 정도 더 빨리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온대 낙엽수림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 결과가 다른 숲에도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목 생장기가 늘어나면서 숲이 흡수할 수 있는 CO₂ 양에 대한 기대를 실질적으로 낮추는 것"이라고 했다. 영국 샐퍼드대학의 필립 제임스 교수는 전문 학자들의 기고문을 싣는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이번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영국과 같은 온대지역의 낙엽수가 흡수할 수 있는 CO₂ 양이 생장기간 증가와 관계없이 똑같다면 대기 중CO₂가 지금까지 예상되던 것보다 더 빨리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이는 기후변화 모델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