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최근 케이(K) 방역으로 국제사회에서 찬사를 받지만, 기후변화 대응 분야는 좀 다릅니다. 석탄 발전소를 계속 지으며 국외 석탄발전에도 투자를 계속해 ‘기후악당’이란 손가락질을 받았습니다. 국제적 기후행동네트워크(CAN)의 올해 기후변화대응지수 조사에서 61개국 가운데 53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한국이 지난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위 20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감축율을 기록한 것은 주목할 만합니다.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GCP)가 최근 발표한 ‘지구 탄소 예산 2020’ 보고서의 국가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자료를 보면, 한국의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억1120만t입니다. 전년보다 2370만t, 약 3.7%가 줄어든 것입니다. 한국의 감축률 3.7%는 세계 배출량 상위 10개국 가운데 독일(-7.1%) 다음으로 높은 성적입니다. 상위 20개 국가로 봐도 한국보다 감축율이 높은 나라는 독일 이외에 폴란드(-4.5%)뿐입니다.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분석에서 권위를 인정 받는 기후변화 관련 전문가들의 공동 조사 프로젝트로 신뢰할 만합니다. 며칠 전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2020 배출격차보고서(EGR)도 이 조직의 분석 결과를 이용했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했다는 것은 앞서 환경부에서도 추정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난 9월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지난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이 7억280만t으로, 전년도보다 3.4% 감소했다는 잠정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의 이번 발표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수 있게 해 한국의 상대적 성적을 확인하게 해줬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환경부가 추정한 배출량 감소율이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가 분석한 것보다 다소 낮은 것은 분석 대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부의 3.4%는 교토의정서에서 규정한 6가지 온실가스를 모두 대상으로 한 것이고,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의 3.7%는 이산화탄소만을 대상으로 분석된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 배출량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1998년과 2014년에 이어 지난해가 세 번째입니다. 이산화탄소도 마찬가지입니다. 1998년에는 외환위기 여파로 경제가 5.5%의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결과였고, 2014년은 원전 발전량 증가가 주원인이 된 일시적 감소로 분석됐습니다. 반면 지난해 감소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노력에 의해 이뤄낸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릅니다.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 발표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보다 2370만t 줄어든 것에는 석탄 발전을 줄인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석탄을 덜 태워 줄어든 이산화탄소가 1660만t으로 전체 감소량의 70%를 차지합니다. 이것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분석 결과와도 일치합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도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2490만t 줄어들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인으로 발전과 열생산 부문 배출량이 1960만t 줄어든 것을 꼽았습니다. 지난해 총발전량이 전년보다 1.3% 감소한 가운데, 석탄 발전량은 2018년 239테라와트시(TWh)에서 227테라와트시(TWh)로 4.8%나 줄었습니다.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일부 발전소의 가동 중단, 최대출력 제약,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대 등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입니다. 두 기관의 분석 결과는 모두 석탄발전을 줄이는 것이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이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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