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말 완전 폐쇄를 앞두고 있는 독일 바이에른주 군트레밍겐 원자력발전소. 위키미디어 커먼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국내 에너지 소비가 4% 가량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원자력 발전은 1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16일 발간한 에너지통계월보를 보면, 지난해 국내 최종 에너지 소비량은 2억2207만2천toe(석유환산톤)로 전년도 2억3135만3천toe에 비해 4.01% 감소했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원자력 발전량은 14만5910GW(기가와트·10억W)에서 16만184GW로 9.78% 증가했다. 지난해 원자력 발전량은 2018년 발전량과 비교해 약 20% 증가한 것으로 2016년 16만1995GW를 기록한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원자력 발전량 증가는 총 발전량이 전년도 56만3040GW에서 55만2165GW로 1.93% 줄어든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원자력 발전 비중은 25.91%에서 29.01%로 급증했다. 이 비중은 2018년에는 23.39%였다. 석유, 석탄 등을 포함한 1차 에너지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도 원자력은 2018년 9.2%로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는 2019년 10.3%, 지난해 11.8%로 2년 연속 반등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놓고 논란이 진행되는 중에도 원자력 이용은 계속 증가해 온 것이다.
원자력 학계와 일부 보수언론 등에서는 이런 상황을 탈원전 정책과 모순되는 것이라며 비판하는 소재로 삼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는 무리다. 설비용량 20MW 이상의 모든 발전기는 전력거래소가 내리는 급전 지시를 받아 가동된다.
급전 지시가 내려가는 순서는 전력 생산에 들어가는 변동비(대부분 발전 연료비)가 적은 순서로 미리 정해져 있다. 이런 급전 체계 속에서 정부가 원전의 발전량을 임의로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발전기는 시장원리에 따라 가장 저렴한 발전기 순으로 가동되며, 원전은 최우선적으로 발전하는 기저 전원이기 때문에 안전 점검·정비일수 등에 따라 가동률이 결정된다. 최근의 원전 가동률 상승은 격납건물 철판 부식, 콘크리트 결함 등 과거 부실시공에 대한 보정 조치가 단계적으로 마무리된 데 따른 것일뿐 에너지전환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확정한 탈원전 로드맵은 노후 원전 수명연장 불허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를 통해 2080년대 중반까지 탈원전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가동 원전의 가동률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로드랩에 포함돼 있지 않다.
국내 원전 설비용량은 현재 23.3GW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론조사 결과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계속하기로 해 국내 원전 설비용량은 신고리 6호기가 준공되는 2024년에는 27.3GW까지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 비중이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 실제 정부의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은 2030년에도 원자력 발전 비중이 25%를 기록하며 석탄화력 발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