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2020년 일본산 농수축산물 방사능 오염 실태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한국 정부가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현 등 8개 현의 수산물 9.2%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내 다른 지역보다 11배 높은 수치다. 환경단체는 후쿠시마 일대 수산물을 수입하라는 일본 정부 요구를 한국 정부가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7일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일본산 농축수산물 방사능 오염실태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일본 전역 농축수산물 13만9731건의 세슘(CS-134, CS-137) 수치를 검사한 결과를 분석한 자료다.
보고서를 보면, 후쿠시마현과 주변 8개 현의 세슘 검출률이 그 밖의 지역보다 1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이바라키·도치기·군마·미야기·이와테·아오모리현에서 수산물 1만582건을 검사한 결과, 전체의 9.2%인 987건에서 세슘이 나왔다. 다른 지역에서는 전체 494건 중 0.8%인 4건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특히 군마현 곤들메기는 404건 중 65.3%인 264건에서 일본 정부의 유통 허용 기준치인 100㏃(베크렐)/kg을 웃도는 140㏃/kg의 세슘이 검출됐다. 치바현 농어도 200건 중 54건(27%)에서 최대 83㏃/kg까지 세슘이 검출됐다. 후쿠시마현 산천어는 383건 중 169건(44.1%)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최대치는 76㏃/kg이었다. 치바현의 장어는 94건 중 15건(16%)에서 세슘이 검출됐고, 최대치는 63㏃/kg이었다. 수산물 수입 금지 대상이 아닌 지역의 경우, 사이타마현 붕어속 2건 중 1건에서 7.3㏃/kg, 메기 7건 중 1건에서 5.8㏃/kg의 세슘이 나왔다.
후쿠시마현과 주변 지역의 농축산물, 야생동물, 가공식품 또한 세슘 검출률이 다른 지역보다 크게 높았다. 후쿠시마현 포함 8개현은 농산물의 18%, 그 밖의 지역은 12%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미야기현의 코우타케 버섯에서는 기준치의 17배인 세슘 1700㏃/kg이 나왔다. 야생동물은 후쿠시마현 등 8개현은 51.2%, 그 밖의 지역은 10.6%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후쿠시마현 멧돼지에서는 기준치의 50배인 5,000㏃/kg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이와 관련해 “최상위 포식자인 멧돼지에게서 세슘 수치가 높게 나타난 것은 주변 환경 자체가 방사능에 오염이 돼 있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지난해 세슘 검사 건수는 2019년과 비교해 37% 수준으로 줄었지만 검출율은 서로 큰 차이가 없었다. 만약 모집단을 늘리면 더 많은 식품에서 세슘이 검출될 수도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때문에 후쿠시마 일대 식품 안정성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안 국장은 “총 검사 건수는 2019년 37만6696건에서 지난해 13만9731건으로 크게 줄었지만 검출 건수는 6946건에서 5001건으로 크게 줄지 않았다”며 “수산물의 경우 세슘 검출률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때문에 환경단체들은 한국이 후쿠시마 일대 농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의 요구를 비판하며 수입 금지 조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동일본대지진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 “지진 후 10년이 지났는데도 일본 식품의 수입을 규제하는 국가나 지역에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며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하루빨리 규제 철폐가 실현되도록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됐다. 우리 정부는 2011년 3월과 2013년 9월 후쿠시마 주변 지역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등의 임시 특별조처를 내렸고 현재까지 이 조처가 시행 중이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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