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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민주당사 봉쇄·점거 시위 후 “민주당에서 연락 없었다”

등록 2021-03-22 14:39수정 2021-12-30 14:38

[기후뉴스 읽기]
15일 여의도 민주당사 점거 시위·연행
기후단체 ‘멸종저항서울’ 활동가 6명 인터뷰

“특별법 통과, 무력감·배신감 느껴
더 나은 방법 없었다”
“기존 환경단체 중심 운동 거부
기후정의단체로 불러달라”
멸종저항서울 소속 활동가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입구에서 가덕도신공항 추진하는 민주당을 규탄하며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게 제재를 당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멸종저항서울 소속 활동가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입구에서 가덕도신공항 추진하는 민주당을 규탄하며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게 제재를 당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건물에서는 ‘멸종저항서울’ 소속 기후운동가들의 절규가 터져나왔다. 6명의 활동가가 민주당사 1층 출입문을 봉쇄하고 건물 1층 지붕 위에 올라 기습 시위를 벌이다 공동건조물침입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영등포경찰서로 연행됐다.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때문이다.

이들은 “민주당은 신공항 밀어붙인 기후파괴정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공항의 경제효과와 비용·환경문제를 비교해보는 예비타당성조사을 면제하는 등 각종 특혜가 담긴 이 특별법을 발의한 한정애 환경부 장관부터, 4·7 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법안 통과를 강력하게 추진한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전기비행기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지원사격에 나선 민주당 2050 탄소중립특별위원회 실행위원장이자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정책본부장인 김성환 의원, 민주당 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을 콕 찝어 비판했다. 본회의 투표에서 기권과 불참한 환경단체 출신인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과 이소영 의원에 대한 섭섭함도 그대로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는 ‘친환경’ 정부를 표방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그린뉴딜’을 처음 언급한 이후 정부는 여러 차례 기후변화·기후위기 문제를 강조하며 2050년까지 탄소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워 각종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여당인 민주당에는 그린뉴딜·탄소중립과 관련한 각종 특별위원회가 설치됐다. 하지만 기후운동가들이 정부와 국회에 분노하며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겨레>는 시위에 참여한 6명과 지난 19일 오후 에스엔에스(SNS) 단체방을 열어 인터뷰를 했다. 이들은 랑, 김선철, 조은혜(청년기후수호대 가오클), 서린(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운동위원장), 청연(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 한재각(기후정의연구활동가·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기획연구위원)씨다. 모두 비폭력 시민불복종 네트워크 ‘멸종저항서울’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실 이들의 ‘본캐(또다른 소속 단체)’는 노동·에너지·정치 등 환경 영역을 넘어 사회 전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회운동가들이다. 이들은 기후운동을 기존 환경단체 활동과 분리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문제가 환경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관점의 차이때문이었다.

멸종저항서울 소속 활동가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입구에서 가덕도신공항 추진하는 민주당을 규탄하며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게 연행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멸종저항서울 소속 활동가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입구에서 가덕도신공항 추진하는 민주당을 규탄하며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게 연행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특단의 행동 필요 모두 공감…민주당 연락 안 와”

기자▶이번 시위에 나선 이유는?

김선철▶(지난달 국회서 특별법 논의를 하기 이전에) 이미 각 당과 주요 관계자들이 찬성 입장을 보여서 기대는 없었다. 다만 국회 안에서 작은 저항의 목소리가 있기를 바랐다. 양이원영·이소영 의원 등 스스로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는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 투표서 기권과 불참을 하자 섭섭함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꼈다. 막지는 못 해도 반대의 목소리라도 냈어야 했다고 본다.

조은혜▶양당이 합심해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특별법을 수월하게 통과시키는 것을 보며 좌절감을 느꼈다. ‘수십조원을 들여 바다를 시멘트로 매우는 대규모 토건사업이 이렇게 쉽게 진행될 수 있는 거라고? 우리 사회 전반에 널려있는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것은 난제여서가 아닌 기득권자들의 이해관계 때문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뚜렷해졌다.

서린▶법안 통과 전부터 이런 행동들을 펼쳤어야 했다. 통과 전부터 기후운동진영에서 반대 정세와 흐름을 만들어야 했는데 못 했다. 법 통과 후라도 반대행동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재각▶말할 수 없는 답답함과 무기력함을 느꼈다. 기후위기를 강조하고 기후정의를 주장해 온 내게는 더 절망적이었다. 민주당 정치인들을 보는 것은 민망하고 측은할 정도였다. 녹색 이미지만을 얻기 원하는 민주당과 그 정치인들이 기후위기의 가장 큰 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김영춘-박인영-변성완 당시 부산시장 예비후보, 부울경 지역 의원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후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김영춘-박인영-변성완 당시 부산시장 예비후보, 부울경 지역 의원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후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봉쇄·지붕 점거 시위는 최근에는 보기 힘든 ‘센’ 형식의 시위다. 이렇게 나설 수밖에 없던 절박함이 있었나.

랑▶환경단체 활동가가 국회의원이 되었는데도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면 정치에 참여한다고 해도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서린▶기존에 하던 특별법 통과 규탄 기자회견 정도로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에는 부족했다. 현재 기후운동 안에 이런 급진적 행동이 필요하고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청연▶더 나은 방법이 없었다. 효과적인 방법이 생각나면 알려달라.

조은혜▶과거의 방식이라기 보다 현재 사회운동이 힘을 잃은 건 아닐까? 환경단체 출신 정치인들을 봐도, 기후생태위기에 필요한 대응을 하는 데 개인의 한계가 역력하다.

김선철▶기후환경운동은 지금 자율성이 너무 쇠퇴했다. 우후죽순처럼 생긴 민관위원회에 오래 참여하다보니 정부의 잘못을 따끔하게 비판하는 것보다 이 위원회를 통해 조금이라도 설득하려 고민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건 시민사회의 힘이 없으면 불가능한데, 지금까지 계속 실패하는데도 그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환경부 장관, 국회의원, 보좌관 등이 환경운동을 하던 사람들이다보니 운동이라기보다 로비집단이 됐다. 그린뉴딜이니 탄소중립이니 되려 정부와 국회는 운동의 담론을 가져가 이상한 걸 만들어버렸다. 다른 방식을 모색하게 됐고 이번 시위도 그런 모색의 일환이다.

지난해 11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었던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26일 국회 의안과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었던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26일 국회 의안과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민주당 의원들이 환경·기후운동가들과 꾸준히 연락해온 걸로 아는데?

청연▶일부 개별 의원들의 진정성은 몰라도 정부나 국회를 신뢰하지는 않았다.

조은혜▶지금 체제에 도전하는 인물이 아니면 어떤 기대도 큰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김선철▶앞서 대답했듯이 (민주당 의원들과) 접점이 있어도 제도권 바깥에서 압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아무 힘도 없다.

기자▶시위 중에 다치기도 했다고?

랑▶왼손 인대가 다쳐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먹고 있다. 다행히 왼손이라 생업에 지장은 없다.

일동▶다친 사람은 또 없다.

기자▶시위 이후 민주당이나 성명서에서 언급한 의원들로부터 연락온 적은 없나?

일동▶없다.

멸종저항서울 소속 활동가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입구에서 가덕도신공항 추진하는 민주당을 규탄하며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게 제지를 받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멸종저항서울 소속 활동가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입구에서 가덕도신공항 추진하는 민주당을 규탄하며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게 제지를 받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환경단체의 관성 거부, 기후운동은 노동·빈곤·안전 등 더 넓게 연대하는 것”

기자▶환경단체가 아닌 기후정의단체로 불러달라고 했다.

랑▶‘환경’은 인간중심적 표현이다. 환경보다는 ‘생태’라는 표현이 수평적이다. ‘기후정의’는 인권 또는 다른 소수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다양한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세상을 추구하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과 비인간 동물, 그리고 그를 둘러싼 생태를 포괄하며 모든 생명이 동등하고 평화롭고 안녕한 세상을 꿈꾼다.

조은혜▶기후변화라는 용어는 지금의 위기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 탄소흡수가 높은 나무를 심기 위해 숲을 밀어 생태를 파괴하고 자국의 탄소배출을 줄이려 환경규제가 약하고 노동력이 싼 다른 국가에 공장을 지어 투자하는 기만적인 대응이 판을 치고 있다. 이러한 대응이 기후위기 대응이 되지 않도록 지금은 기후정의라는 언어가 필요하다. 기후생태위기의 모습은 사회의 불평등으로 차별받고 고통받는 이들의 삶을 가장 먼저 위협하며 드러낸다.

기자▶기존 환경단체의 한계가 있다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나?

청연▶관성적으로, 하던 것 위주로만 하는 것을 들고 싶다. 깨끗한 물을 지키는 문제나 플라스틱 없애는 운동 정말 중요하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기존에 하던 일만 해선 안 된다. 전면적으로 새롭게 고민하고 대처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노동, 빈곤, 주거, 안전, 젠더 등이 다 연결돼있다.

조은혜▶기존 환경단체들은 국지적 이슈와 싸워야했다. 기후는 다양한 사회문제들과 복잡하게 연결돼있고 해결책도 마찬가지다.

김선철▶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나 미국의 썬라이즈무브먼트, 영국의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XR) 등 스스로를 기후정의운동이라 부르는 단체는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노동자 권리, 성평등, 동물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들을 연결시킨다. 한국의 기후운동에는 이런 관점이 너무 부족하다.

2019년 10월7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트 트라팔가 광장에서 기후운동단체인 멸종저항 활동가들이 봄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19년 10월7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트 트라팔가 광장에서 기후운동단체인 멸종저항 활동가들이 봄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기자▶앞으로의 활동은?

청연▶당장 정해진 것은 없다. 멸종저항서울은 기후위기 대응이 정의롭게 이뤄지기 위해 꼭 필요한, 동시에 충분히 문제제기되지 못하는 것들을 아프게 드러내는 역할을 하려 한다. 신공항도 계속 주시한다.

김선철▶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계속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불편하게 하려 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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