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에 있는 한국동서발전의 석탄 화력발전소. 에너지·기후변화 정책과 관련한 법률·경제·금융·환경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비영리법인인 기후솔루션과 충남대 미래전력망디자인연구실, 영국의 금융 씽크탱크 카본트래커이니셔티브(CTI) 등은 21일 공개한 ‘탈석탄, 이제는 결정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30년부터 한국의 석탄발전소들에서 좌초자산화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김정수 선임기자
한국 석탄화력발전은 2030년 무렵부터 경제성을 잃어 사실상 좌초자산화하는 현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한국과 영국 민간연구기관 공동보고서가 나왔다. 좌초자산이란 시장환경 변화로 자산가치가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말한다.
에너지·기후변화 정책 관련 법률·경제·금융·환경 전문가등으로 구성된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과 충남대 미래전력망디자인연구실, 영국의 금융 씽크탱크 카본트래커이니셔티브(CTI) 등은 21일 공개한 ‘탈석탄, 이제는 결정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렇게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유엔에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보다 24.4% 적은 5억3600만t까지 감축하는 국가결정기여(NDC) 목표치를 제출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연료비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비용을 반영해 발전 순서를 정하는 환경급전을 본격 적용하고, 연도별 온실가스 배출 목표에 맞춰 석탄발전량을 제한하는 상한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는 연료비가 가장 싼 순서대로 전기를 공급하는 경제급전을 하고 있는데, 환경급전 등을 하게 되면 2022년 이후 석탄발전소는 이용률 하락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석탄발전소에 전기 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 SMP)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현행 전력시장체계가 그대로 유지돼도 석탄발전소가 경제성을 잃어버리는 지점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전기 도매가격을 지난 10년 평균인 109.7원/kWh으로 가정할 때 석탄발전소 이용률이 39% 이하로 떨어지면 석탄발전은 경제성을 잃는다는 것이다. 현재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58기는 2030년경에, 현재 건설 중인 신규 발전소 7기(신서천, 고성하이, 강릉 안인, 삼척)는 2035~2040년께 좌초자산화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연구 결과는 한국이 석탄을 고집할수록 더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제는 탈석탄이 가능하냐는 논의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탈석탄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카본트래커는 한국의 에너지 관련 투자 계획과 비용 최적화 분석을 통해 한국이 노력한다면 2028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정한 40GW(태양광 27GW, 풍력 13GW)보다 14GW 많은 54GW(태양광 40GW, 풍력 14GW)까지 확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진단을 바탕으로 정부가 발전소 가동에 탄소가격을 반영하는 환경급전을 제대로 시행하면 2028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발레리아 에렌하임 카본트래커 애널리스트는 “한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2028년까지 탈석탄을 하는 것이 가장 비용 효율적인 선택이다. 한국이 지금의 석탄발전 계획을 고수한다면 친환경 에너지와 녹색 성장으로의 전환이라는 세계적 트렌드에 뒤쳐지게 되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구체적인 탈석탄 목표는 정하지 않았고, 지금도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계속하고 있다. 한가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2028년 석탄을 퇴출하는 것이 시스템 비용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탈탄소 전략이라고 밝힌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금 계획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조속히 탈석탄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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