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후행동 등이 지난해 10월5일 서울 한국전력 서초지사 앞에서 한전의 베트남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에 반대하는 청소년과 부모세대의 기자회견을 열어 “대규모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베트남 신규 석탄발전사업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기후정상회의 주최국인 미국이 한국 정부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의 석탄화력발전 투자 중단을 강력하게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후정상회의에서 신규 해외 석탄산업 투자 중단을 약속했지만, 기존 베트남·인도네시아 투자는 경제·외교 관계를 이유로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미국 쪽 요청에 대한 일종의 절충안을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환경단체에서는 국제사회가 이미 경제성 하락을 이유로 발을 빼고 있는 석탄산업 투자에 대해 전향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베트남 붕앙2·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투자 중단도 요구했다
기후정상회의 사전 논의 과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25일 “미국이 회의에 앞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의 석탄발전 투자 중단·철회를 우리 정부에 요구했었다. 이에 대해 당정청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정부 쪽 반대로 추가 검토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온 정부 쪽 설명을 종합하면 미국은 자신들이 주최하는 기후정상회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해외 석탄발전 투자가 많은 한·중·일 3국의 투자 중단을 이끌어내려 했다. 특히 미국은 “진행 중인 석탄발전 사업 중단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2016~17년 중국(95억3백만달러), 일본(51억2500만달러), 한국(10억5700만달러)은 해외 석탄발전에 160억달러 가까운 공적 금융지원을 했다. 문 대통령이 기후정상회의 연설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지만,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큰 개발도상국들의 어려움이 감안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미국 쪽 요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국이 지난 4년 간 투자를 결정한 해외 석탄발전소는 4곳(5기)이다. 인도네시아 찌레본2, 베트남 응이손2는 공사가 많이 진행됐거나 완공을 앞두고 있다. 반면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와 베트남 붕앙2는 착공 초기 단계이거나 착공 추진 중으로 초기 단계에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는 동맹국을 통해 해외 석탄산업 투자가 많은 중국을 압박하려는 목적도 일부 있어 보인다. 중국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했던 미국에 대해 “무단결석생이 다시 수업에 들어온 것”이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고분고분 따르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탈석탄 흐름은 굳어진지 오래다. 2017년 만들어진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한 국가와 지방정부 수만 60여개를 넘는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석탄에너지를 사용하는 독일은 2038년 탈석탄을 법제화했다. 2015년 건설된 무어부르크 석탄화력발전소는 4조원 넘는 건설비용에도 불구하고 경제성 하락(좌초자산화)을 이유로 조기 폐쇄를 신청했다. 미국은 기후위기를 부정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때(41.3GW)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44.6GW)와 비슷한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미 유럽과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석탄화력발전의 경제성이 없음을 확인하고 ‘손절’하던 시점에 투자를 시작한 한·중·일 3국이 여전히 ‘본전’ 생각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이사는 “한국이 기후위기 대응에 진정성을 보이려면 향후 인도네시아, 베트남 두 나라의 에너지 전환에 걸림돌이 될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진행하면 안 된다. 계약 관계로 얽혀있다면 양국이 경제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지원을 논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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