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5월4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제공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수치를 내놨을까 싶다.”
한국 정부는 지구의 날인 지난달 22일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제시하지 못 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환경부 한정애 장관이 ‘지금은 계산 못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대회의실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이행 전략과 미세먼지 감축, 수도권 쓰레기 대체 매립지 선정 등 환경부 주요 정책 현안과 업무 추진 계획을 설명했다. 한 장관은 “환경부는 기후변화 대응 주무부처로 2050 탄소중립을 우리 사회 새로운 가치로 정립하고 이정표로 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간담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선언한
‘2030년 엔디시 연내 상향’과 관련한 질의가 이어졌다. 기후정상회의에서 미국은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의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했다. 영국은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78% 감축으로, 일본은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46% 감축으로 목표를 올렸다. 다른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 상향 수치를 제시하지 않아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장관은 연내 탄소배출 감축 목표 상향 시기와 계획 등을 묻자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각 부문별 시나리오와 부문별 감축 속도에 따라서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기후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가 어려웠다.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아직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어떻게 제시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의 답변 내용을 두고 탄소중립 전략 설정에 깊이 관여해야 하는 주무부처 장관이 취하기엔 안일한 태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번 기후정상회의 때 다른 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숙제’를 해서 제출한 것이고, 한국은 숙제를 못 한 것이다. 이미 숙제를 한 나라들에게 오히려 의문을 제기하는 태도는 현 상황을 책임지려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또 “이미 지난해 정부는 감축 목표 상향을 반영하지 않은 자료를 유엔에 제출했다가 퇴짜 맞은 일이 있었다. 이런 전반적 과정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 뒤, 2030년 탄소배출 감축 목표 상향치를 결정해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지난 2월 세계 75개 나라에서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한국 등이 유엔에 제출한 목표가 미흡하다며 목표를 다시 제출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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