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계절별 강우량이 변하면서 전국 하천의 식생 면적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식생 면적이 2010년 이후 6년 사이 2배 증가한 경기도 여주시 청미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기후변화로 계절별 강우량이 변해 하천의 수목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생태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홍수 피해에도 영향을 미쳐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17일 김원 선임연구위원 연구팀이 전국 하천 생태계를 조사한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2011년 이후 하천에 모래나 자갈, 물이 있어야 할 곳이 수목 등 식생으로 덮이는 육상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내용이다.
경북 영주 내성천에서는 2011년부터 2017년 사이 식생 면적이 16.5배나 늘었다. 경기 여주 청미천도 2010년 이후 6년 동안 2배 늘어났다. 김원 연구위원은 “과도한 식생은 홍수 때 물의 흐름을 방해해 범람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지난해 섬진강에서 큰 홍수가 발생한 지역이 포함된 고달교∼구례교 22㎞ 구간의 56%가 식생으로 덮여 있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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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급격한 식생 발생이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84년부터 2018년까지 35년 동안 강 및 하천과 관련 있는 전국 19개 지점의 월 강우량을 분석한 결과, 최근 7년(2012∼18년)의 월별 강우 양상이 과거(1984∼2011년)와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봄 강우량은 늘어난 반면 여름 강우량은 줄었다. 19개 지점의 4월 평균 강우량은 71.5㎜에서 93.2㎜로 30% 증가한 데 비해 6월 강우량은 161.2㎜에서 82.2㎜로 49%가 감소했다. 5∼9월 사이 강우량은 모두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여름철 월 강우량 감소로 하천 바닥이 물에 잠기는 침수시간이 줄어들어 식생이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강원도 횡성의 섬강은 2012년 이후 하천 전체가 물에 잠긴 적이 한 번도 없으며, 경북 영주 내성천은 2012년 1202시간이었던 침수시간이 2015년에는 0시간으로 나타났다.
하천 식생의 과다 발생을 똑같이 겪고 있는 일본에서도 계절별 강우량 변화가 같은 경향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이 일본 중부지방 6개 지점의 강우량을 분석해보니 5월과 7월 사이 강우량은 최소 10%, 최대 34% 감소했다.
김원 선임연구위원은 “하천 식생에 대한 전국 조사와 함께 하천 식생을 조절해 하천을 복원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 논문은 응용생태공학회 논문집에 실렸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