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불로초 병설유치원 푸른하늘반(만 5살)에선 장애아동 4명과 비장애아동 13명이 어울려 지낸다. 일반교사 1명, 특수교사 1명, 실무원 1명이 함께 아이들을 돌본다.
“통합교육은 모두를 위한 교육이다. 장애학생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다문화, 탈북, 기초학력 부진 학생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아이들을 포용할 수 있다.”
이숙향 이화여대 교수(특수교육)가 지난 11일 전화 인터뷰 내내 강조한 말이다. 이 교수는 한국육영학교, 중앙기독초등학교에서 특수교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현재 교육부 통합교육 연구학교 컨설턴트로 위촉되어 통합교육 현장에서도 활동 중이다.
―통합교육, 어디까지 왔나?
“우리나라의 통합교육은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1971년 1개 학급으로 시작한 특수학급은 현재 1만1천여개로 증가했고, 특수교육 대상 학생 중 72.1%가 일반학교에 통합되는 등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통합교육의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2017년 ‘제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에 장애학생 통합교육 지원 강화를 과제로 담으면서 ‘정다운학교’라는 이름의 통합교육 중점학교 운영을 시작했다. 행정·재정 지원으로 통합교육을 위한 학교문화가 조성되고,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통합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큰 걸림돌이라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다. 질적 제고를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질적 제고를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나?
“개인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문화가 학교에 녹아드는 게 중요하다. 장애 유형과 특성에 따른 개별화 교육도 필요하다. 단기 사업이 아니라 담당자가 바뀌어도 통합교육을 지속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학교폭력이나 따돌림을 통합교육 문제점으로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 부분은 비장애학생들도 겪는 어려움이다. 포용 문화가 있는 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좋은 학교다. 장애학생에게 좋은 학교는 모든 학생에게도 좋다.”
―적극적인 행정·재정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행정·재정 지원이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지원 여부에 따라 통합교육 실행 여부가 결정되면 안 된다. 통합교육 연구학교의 진정한 성과는 연구학교 종료 이후에도 통합교육 기반과 포용하는 문화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다행히 교육부와 연구학교들이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일반교사를 위한 지원도 필요하겠다.
“통합학급 일반교사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여부에 대해선 교사마다 생각이 다르다. 인센티브를 주면 안 해도 될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줄 수도 있다. 장애 유무를 떠나 모든 학생이 우리 반 아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대학 교원 양성과정에 장애학생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보강될 필요가 있다. 현재 교직 필수과목으로 ‘특수교육의 이해’라는 과목이 있지만, 통합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에 충분하지 않다. 실습도 예비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따로 진행하는데, 같은 학교에서 함께 협력교수 지도안을 만들고 장애학생을 지도하는 경험을 쌓으면 좋겠다. 분명 서로의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대입 중심의 중등교육 시스템에서 통합교육이 성공할 수 있을까?
“통합교육은 학업성취에 따라 성공과 실패로 나뉘는 이분법적인 이슈가 아니다. 학업뿐만 아니라 또래 간 문화를 공유하고, 공통의 경험을 갖게 하는 데 가치를 둔다. 전에 유치원부터 초·중·고까지 통합교육을 경험한 학부모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통합교육의 경험이 언제가 가장 좋았는지 물었더니 학교급별 일관성이 없더라.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선생님’을 만났을 때가 가장 좋았다고 했다. 학생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선생님과 학교 분위기가 중요하다.”
―통합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은?
“장애학생들도 언젠가는 사회에 나와 자립해야 한다. 학교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통합의 경험을 갖는 게 중요하다. 통합교육을 할 때 교사 한명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 교육청, 학교 관리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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