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장애인

“네가 우리집 다 말아먹었다”는 소릴듣죠

등록 2006-07-20 11:58수정 2006-07-20 14:17

두살 때 뜨거운 물에 데어 전신 60% 화상을 입은 김효진씨. 그녀의 팔과 다리에는 화상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행운아’라고 말한다. 김미영 기자
두살 때 뜨거운 물에 데어 전신 60% 화상을 입은 김효진씨. 그녀의 팔과 다리에는 화상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행운아’라고 말한다. 김미영 기자
두살 때 전신 65% 화상 입은 김효진씨
“전 운이 좋은 편이에요. 어릴 적 입은 화상이지만, 왕따 등 불이익을 받거나 흉터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가정환경에서 자랐죠. 대학도 마쳤고, 연애도 하고 있는 걸요.”

김효진(26)씨는 자신을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김씨는 돌이 갓 지난 뒤 뜨거운 물에 데어 전신 65%의 화상을 입었다. 사춘기 시절 ‘친구들과 다른 모습’에 자살을 결심한 때도 있었고, 평생 다른 사람들이 누리는 행복을 꿈꿀 수 없을 것이라며 좌절도 했다.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김씨는 다르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연애도 하고 있어요. 운이 좋게 스물두살 때부터 화상인협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는데, 지금은 정식직원이 돼 저처럼 화상으로 인해 말못할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뿌듯해요.”

그녀 주변엔 흉터와 고통을 숨긴 채 사회와 격리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여름이 되어도 긴 옷으로 팔과 다리를 감추는 경우도 있고,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사람들은 문밖 출입조차 하지 않는다. “화상인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우리 사회는 너무 부족해요. 학업이나 취업 때도 흉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제 주변에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도 흉터가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사람도 있었어요. 일반인처럼 살 수 없는데도, 장애인으로 대우받지 못하거든요.”

그녀의 팔과 몸, 다리와 발에는 화상흔적이 남아 있지만, 여름에는 반팔과 반바지를 즐겨 입는다. 작은 실천이 화상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물론, 망가진 왼쪽 가슴을 볼 때 여자로서 ‘수술하고 싶다’는 충동에 빠질 때도 있다. 문제는 돈이다.

“이 수술을 미용 성형으로 보기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요. 여러 번 수술할 경우 수천만원의 돈이 들어가는데 엄두가 나질 않아요. 요즘처럼 장마철에는 데인 피부가 더욱 따갑고 간지러워 피가 나올 때까지 긁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 역시 현재로서는 해결할 뾰족한 수가 없어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인걸요. 로또에 당첨되면 모를까…”

화상인은 얼굴의 60% 이상 화상을 입어야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다. 김씨는 “팔과 다리 등 노출부위 화상환자도 사회생활에 큰 제약을 받는다. 이들도 장애인으로 인정하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화상인에게 피부재건이나 변형 완화를 위한 수술은 당연한 치료이지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화상 성형수술은 여러 차례 걸쳐 이뤄지는데, 수술비용이 엄청나 감당할 수 있는 환자가 거의 없어요. 화상환자에 대한 복지 수준이나 치료 및 재활 시스템이 전무하다고 보면 됩니다.”

한국화상인협회는 이달 내내 수도권 지역을 순회하며 ‘화상인 바로알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화상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화상장애인 법령’을 알리기 위함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화상환자의 실태조차 정확히 파악된 자료가 없는 상태다.


화상인들의 고통과 상황을 알려주는 사진전인 캠페인을 접하는 시민들은 ‘우호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시된 화상환자의 사진이나 현행 장애인·건강보험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표시한다.

“할머니께서는 제게 ‘네가 우리집 다 말아먹었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어요. 저 때문에 부모님이 경제적 이유로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집안에 화상 환자가 한명만 생겨도 그 집안은 파산하거나 가정 자체가 파탄나는 사례가 부지기수지요. 반면 화상환자들은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어지고, 사회안전망의 테두리 안에 들어올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