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소방 공무원 등 사회필수인력의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된 지난 4월26일 서울 종로구 적십자 병원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 사는 69살 ㄱ씨는 지난 1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코로나19 1차 예방접종을 마친 뒤 사흘 만에 주사를 맞지 않은 팔에 커다란 멍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백신 부작용인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의 증상 가운데 하나가 접종 부위가 아닌 곳에 멍이 생기는 것이란 점을 알고 있는데다, 뇌출혈 이력도 있었던 터라 ㄱ씨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멍을 발견한 날은 토요일이라서 동네 병원에서는 혈소판 수치 검사를 받더라도 사흘 뒤에나 결과를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ㄱ씨는 결국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혈액 검사 끝에 혈소판 수치 정상 판정을 받았다.
지난 16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희귀 혈전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면서, 이 드물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접종자들 사이에서 혼란과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21일 정부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진단 뒤 숨진 30대 초반 남성에 대해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이 지난 18일 회의를 열어 공식적으로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 같은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운반체) 백신을 맞은 뒤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다.
멍으로 인해 ㄱ씨와 함께 병원을 찾았던 그의 딸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어머니가 두통 등 다른 의심증상은 없고 멍만 생겼는데 병원을 가야 할 상황인지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형병원 응급실 의사가 우리가 그곳을 찾던 날에 벌써 5명이 접종 뒤 멍이 생겼다며 병원을 방문했고, 모두 혈소판 수치 정상 판정을 받았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경기도에 사는 62살 ㄴ씨도 지난 10일 접종 뒤 닷새 째에 접종받은 팔이 아닌 다른 팔과 무릎에서 멍을 발견했다. 그러나 ㄴ씨는 멍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데다가 다른 추가 증상이 없어 병원을 찾지 않고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ㄴ씨는 “젊은 사람들에게 주로 생기는 부작용이라는데 내가 너무 유난을 떠나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하다”며 “어느 정도로 멍이 생기면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정부가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온라인에서도 접종 뒤 멍이 생겨나자 혈소판 수치를 확인하는 혈액(CBC) 검사를 받았다는 글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이날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의심증상을 재차 설명하며, 의심증상이 발생할 경우 “즉시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고, 해당 의료기관은 신속히 이상반응 신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심 증상은 진통제로 조절되지 않는 심한 두통, 이틀 이상 지속되는 두통, 구토, 시야가 흐려짐, 호흡곤란, 지속적인 복부 통증, 팔·다리 부기, 접종 부위가 아닌 곳에 멍이나 출혈이 생긴 경우 등이다. 멍이 생기는 경우와 관련해선 박영준 추진단 이상반응조사팀장은 “평소보다 작은 충격에도 접종 부위가 아닌 곳에 멍이 생겼다면 의심을 하고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며 “(4∼28일이라는 의심증상이 발생하는) 기간도 같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상훈 서울대병원 교수(순환기내과)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은 별도의 치료를 받지 않으면 계속 악화하는 병이라, 몸에 생긴 멍이 점차 녹색으로 변해가면서 서서히 옅어지는 경우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 부작용은 수명이 3~4일인 혈소판이 붕괴하면서 나타나는 것이라서, 접종 나흘이 지나기 전에 나타난 멍도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나 교수는 “팔꿈치 같은 돌출 부위가 아니라 무릎 뒤나 몸통처럼 평소 멍이 생기기 쉽지 않은 부위에 전에 없던 멍이 생긴 경우, 전신에 걸쳐서 점성 출혈이 생긴 경우라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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