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누리집 밤 9시20분 갈무리
정부가 55~59살 167만여명에 대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예약을 14일 저녁 8시에 재개했지만, 또 시스템 ‘먹통’이 한동안 발생했다. 지난 12일 해당 연령층 사전예약이 장시간 접속 장애를 일으킨 데 이어 예고도 없이 일시 중단돼 큰 혼란을 빚었던 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후속대책을 발표하고 거듭 사과했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됨에 따라 많은 이용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저녁 8시부터 예약을 재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ncvr.kdca.go.kr)은 한 시간이 넘도록 접속조차 쉽지 않았다. 시스템 누리집 첫 화면에 들어가는 데 성공하더라도 예약을 시도하면 곧이어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다’는 안내 화면이 뜨는 등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한 시간이 훌쩍 넘은 밤 9시20분께도 예상대기 시간은 3시간36분으로 15만5천여명의 대기자가 앞에 있다는 메시지가 떴다. 다만, 이런 접속대기는 한동안 이어지다가 밤 10시 전후로 점차 완화됐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도 이날 밤 늦게 참고자료를 내어 밤 9시 이후 접속 지연이 단계적으로 해소됐으며, 밤 11시 기준으로 모두 39만7896명이 예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은경 질병청장이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후속대책과 재발 방지를 약속한 당일 저녁에 유사한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날 저녁 8시부터 모더나 백신 예약을 시도하는 50대 후반 중 일부는 지난 12일 0시 이후 새벽 내내 접속 장애로 예약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과 겹쳐 있다. 당시에도 예약이 시작된 0시께부터 누리집에 접속이 안 되는 현상이 여러 시간 이어졌으며, 최대 대기자가 80여만명에 이르러 많은 이들이 새벽잠을 설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나마도 정부가 사전에 예약물량이 한정돼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선착순으로 185만명까지만 받은 뒤 원래는 17일까지였던 예약 진행을 일시 중단해버려 황당해하는 이들도 많았다.
지난 12일에도 접속 장애로 백신을 예약하지 못했던 ㄱ(56)씨는 “그때도 새벽 1~2시께에 노트북과 휴대전화로도 해봤지만 실패해서 예약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40분을 시도했는데 못했다”며 “첫날은 몰라도 다시 할 때는 사람들이 몰릴 것이 뻔히 예견된 상황이었는데 두 번 실수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정부가 불필요한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량부족 학습효과로 예약쏠림…결국 정부 신뢰 부족 탓
앞서 정우진 추진단 시스템관리팀장은 이날 낮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이런 사태가 재발할 여지가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1, 2초 단위에 몇십만명이 몰리는 등 접속자가 대량으로 몰렸을 때, 현존하는 보안장비로는 버티기 어려운 수준으로 보인다”며 “서버가 최대한 버틸 수 있도록 운용의 묘를 살리는 식으로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밤에도 접속자가 몰리면 대기하게 되느냐’는 질문엔 “대기가 있는 구조는 동일하다”고 말해, 예약자가 많이 몰릴 경우 사태 재발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미 물량 부족과 예약 중단에 대한 학습 효과를 경험한 수요자들이 대거 동시에 예약에 나서는 것은 쉽게 예상이 되는 일이었다. 이도 결국 정부가 접종 정책에서 잇단 실책과 소통 실패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예방접종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시민들이 예약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50대 사전예약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달 초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1~2학년 교사, 돌봄인력 38만명이 예약할 때도, 이후 접종 일정이 미뤄져 지난 8일 다시 예약을 받을 때도 오류가 일어났다. 지난달 1일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군 관련 종사자 등에게 배정된 얀센 백신 예약이 시작됐을 때도 유사한 문제가 벌어졌다.
한편, 추진단 관계자는 이날 밤 “특정 시간대에는 접속자가 일시에 집중되면서 접속 지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가급적 여유를 두고 예약해주실 것을 당부드리며, 예약기간 중 접종을 희망하시는 분은 모두 예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55~59살의 추가 예약은 24일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