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KF94 마스크 9개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성, 품질, 위생성, 치수 등 시험 평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뒤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른바 ‘돌파감염’ 환자의 ‘추가 전파 능력’이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만큼 높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백신 접종이 감염 예방과 중증·사망 방지에 효과가 있지만, 접종자도 여전히 마스크를 계속 쓰는 등 전파 차단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1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돌파감염과 백신 효과 관련 보고서를 보면, 백신을 접종한 뒤 델타 변이에 감염된 환자의 바이러스 배출량(Ct값)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시티 값이란 코안에서 얻은 검체를 두고 유전자 증폭(RT-PCR) 검사를 할 때, 몇 회나 증폭해야 바이러스가 검출되기 시작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으면 유전자 증폭을 조금만 해도 바이러스가 검출되기 때문에, 시티 값이 낮을수록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고 추가 전파 가능성이 큰 상태인 셈이다. 이는 메레디스 맥 머로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백신 효과 분석 공동 팀장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내놓은 보고서다.
분석 대상이 된 델타 변이 ‘돌파감염’ 사례들의 평균 시티 값은 18로, 알파 변이 사례 평균치(21)보다 낮았다. 특히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 반스테이블 카운티에서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들 가운데, 백신 접종자들의 시티 값은 21.9이고 미접종자 시티 값은 21.5로 나타나서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보고서는 “델타 변이에 돌파감염될 경우 미접종자 수준으로 추가 전파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델타 변이의 높은 전파력과 현재 백신 접종률(인구 대비 49%)까지 고려하면 마스크 착용은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지난 5월 접종자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했으나, 지난달 27일 지침을 바꾸어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접종을 마친 사람도 실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백신이 몸 안에서 항체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상기도에 침입해 표피에서 증식하는 바이러스를 곧바로 무력화하는 데는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이번 연구 결과는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속 깊은 곳에 들어와서 병을 만드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코나 목에서 잠시 머무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분석이 아주 정교하지 않고 대상자도 적어서 연구를 더 진행할 필요는 있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적어도 ‘접종자는 마스크를 벗어도 될까’란 질문에 (어려울 것이라는) 답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접종 완료 뒤 마스크를 벗을 수 없더라도, 여전히 백신은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미 질병예방통제센터는 같은 보고서에서 “델타 변이는 수두 바이러스처럼 쉽게 퍼지고 환자 한 명이 평균 8~9명을 감염시킨다”며 “그래도 백신 접종을 하면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사망할 위험을 10배 줄이고 감염 위험도 3배 감소시킨다”고 강조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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