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이상반응을 살피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에 접종할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3천만회분을 확보하고, 추가로 3천만회분을 더 구매할 수 있는 길도 터놨다. 하지만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희귀 혈전증 등의 부작용 때문에 50살 이상만 접종하기로 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서는 잔여백신 접종연령만 30대 이상으로 다시 낮췄다. 접종연령을 다섯 차례나 변경하면서 개인에게 접종 부작용에 대한 위험 부담까지 전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13일 2022년 접종에 사용할 화이자 백신 3천만회분과 옵션 3천만회분을 구매하는 계약을 한국화이자사와 체결했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옵션으로 계약한 3천만회분의 경우 본계약과 같은 가격으로 내년도 말까지 백신을 추가로 도입할 권리라고 설명했지만, 도입하지 않을 경우 비용 부담에 대한 내용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정은경 추진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년도에 추가 접종용(부스터 샷) 백신을 계약한 이유는 면역 지속기간이 짧아져 면역을 높이기 위한 목적과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 가능한 백신을 공급받기 위한 목적”이라며 “옵션 계약은 물량이 추가로 필요할 때 확대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에 5천만명이 1회 추가접종할 수 있는 엠아르엔에이(mRNA) 백신 5천만회분 구매를 추진해왔다. 이번에 화이자 백신 3천만회분을 계약하면서 2천만회분이 남았는데, 남은 백신을 어떤 회사로부터 구매할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정은경 추진단장이 “수급 불안정성과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백신의 포트폴리오를 고려해 2천만회분 계약도 검토 중”이라고 말한 데 비춰보면, 다양한 종류의 백신을 갖추기 위해 모더나 백신을 계약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모더나 백신이 올해처럼 내년에도 공급 차질을 빚을 경우, 대체 백신으로 옵션 계약분 화이자 백신 3천만회분을 도입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아울러 추진단은 이날부터 30살 이상 희망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백신 접종이 가능하도록 방침을 변경했다. 이는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국가예방접종사업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권고 연령을 50살 이상으로 유지하되, 국내 방역 상황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가용 물량 등을 고려해 30살 이상 연령층이 희망하는 경우 접종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얀센 백신과 동일한 방침이다. 50대 이하 연령층이 잔여백신으로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받으면, 2차 접종은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중에 선택해서 받을 수 있다. 1차와 2차 접종 간격은 화이자는 6주, 아스트라제네카는 8주다. 지난 12일 60~74살 820만명 등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이 시작됐지만, 접종연령이 50대 이상으로 제한되어 있어 접종기관에서 하루 여러 회분의 잔여 백신이 폐기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조처다.
하지만 지난달 희귀 혈전증 발생 등을 이유로 50대 이상에만 접종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30~40대에도 접종할 수 있도록 열어준 조처는 방역당국이 선택권을 이유로 개인에 위험 부담을 떠넘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국민 개개인이 백신 안정성을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국가가 이를 대신 해야 하는데, 국민 스스로 선택한 경우엔 위험 부담을 안으라는 것은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6월에 접종연령을 50대로 변경할 때는 현재보다 유행 상황이 안정되고 백신 수급 상황이 좋다는 가정에 따라 위험 이득 분석을 했지만, 그 이후로 시작된 4차 유행으로 접종 이익이 두세배 높아져 이득이 위험을 상회하는 상황”이라며 “개인에게도 손해 보는 선택은 아니겠으나, (위험 부담을 전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정은경 추진단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269만건 접종 중 3명 정도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 발생했고, 이런 위험과 이득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제공해 30~40대 희망자가 본인의 선택 하에 좀 더 일찍 접종할 수 있게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라며 “의무적으로 선택권 없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으라고 강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에게 (안전성 판단을) 떠넘겼다’고 지적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연령 관련 결정은 이번까지 모두 다섯 차례 바뀌어왔다. 지난 2월 18살 이상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용 허가를 받았으나, 같은 달 중순에 당시 고령층에 대한 효과성을 입증할 통계 자료 부족을 이유로 65살 이상은 접종에서 제외됐다. 이어 지난 3월 국외 접종 효과 자료를 근거로 만 65살 이상에 대한 접종이 시작됐으나, 지난 4월에는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희귀 혈전증 부작용을 이유로 30살 이상으로 접종연령을 변경했다. 이에 지난달 1일 ‘7월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하면서는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희귀 혈전증 부작용을 고려해 50살 미만 연령층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오는 26일부터 9월30일까지 18~49살의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이 진행되기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백신 접종 의향자가 얼마나 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0시까지 18~49살 사전예약 대상자 가운데 290만명가량이 예약을 완료해 예약률은 60.4%로 나타났고, 이날 오후 8시부터는 주민등록상 생일 끝자리가 3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전예약이 진행된다.
한편, 미국 정부가 공여한 얀센 백신 40만회분이 15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이번에 공급되는 얀센 백신은 양국의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협력 체계 강화와 국제 파트너 협력의 일환으로 제공된다. 이번 공여분은 모두 미국 카탈란트사 생산 제품으로, 유효 기간이 37만2천회분은 12월 중순, 나머지 2만8천회분은 9월20일까지다. 이 백신은 고위험군 맞춤형 접종으로 교정시설 입소자, 요양병원·시설 등의 미접종자, 국제항해 종사자와 지방자치단체 자율접종으로 30살 이상 연령층에게 23일부터 접종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6월 100회분의 얀센 백신을 안보 목적으로 공여해, 국내 예비군·민방위·군 관련자가 접종받은 바 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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