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예방접종센터가 설치된 사당종합체육관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이자 백신의 예방효과 감소 속도가 아스트라제네카 보다 빨라서 접종 4~5개월 뒤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예방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화이자 백신 접종자의 부스터 샷(추가 접종) 접종 시기가 빨라져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지만, 연구팀의 추적 관찰 기간이 짧아서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로이터>와 <파이낸셜 타임스> 등은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과 영국 국가 통계청이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36만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퍼진 상황에서 화이자 백신의 코로나19 유증상 감염에 대한 예방효과가 접종완료 직후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높지만, 4~5개월 이후엔 대체로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백신 2차 접종 2주일 뒤 감염 예방효과가 화이자 백신은 93%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71%에 견줘 더 높았다. 하지만 3개월 뒤엔 화이자 백신의 예방효과는 75%로 떨어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61%로 낮아진 것에 비해 하락 기울기가 가팔랐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두 백신의 예방효과는 화이자가 더 낮은 것으로 역전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추정이다. 코엔 포웰스는 “백신은 중증화를 막는 데는 뛰어나지만 전염을 막는 데는 약간 부족하다”고 말했다.
토마스 핸케 옥스퍼드대 제너 연구소 교수(백신 면역학)는 “화이자 백신은 한정된 숫자의 전령 리보핵산(mRNA)을 몸 안에 주입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아데노 바이러스를 인체에 주입할 때는 전령 리보핵산들을 계속해서 생산하는 주형을 넣어주는 것이기에 ‘천장’이 없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스라엘에서 지난 6~7월 화이자 백신의 (감염) 예방효과가 41%였다는 연구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아데노 바이러스가 접종 뒤 일주일 내외로 몸 안에서 항원을 계속 만들어내는 데 비해 엠아르엔에이 백신은 증식을 하지 않고 한 차례 항원을 만들고 끝난다. 그런 점에서 아데노 바이러스 백신의 예방효과가 상대적으로 오래갈 수 있는 기전이 있다”며 “이 연구는 화이자 백신의 면역 효과가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 부스터 샷이 더 일찍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의미지만, 3개월간의 자료를 토대로 모델링을 해서 4~5개월 뒤의 예방효과를 추정하는 것이어서 실제로 이렇게 될지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백신의 접종 연령을 50살 이상에서 30살 이상으로 낮춰 접종하기 시작한 지난 17일 이후 하루 1만명 이상의 30~49살이 잔여백신을 접종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일 발생하는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백신 신규 접종자 중 약 85%가량이 30~49살의 저연령층이란 얘기다. 이들은 8주 후에 2차로 화이자 백신을 교차 접종받게 된다.
김기남 추진단 예방접종기획반장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백신을 통해 본인이 예약한 것보다 조금 더 빨리 1차 접종을 하려는 것이 하나의 이유라고 보고 있다”며 “교차접종을 선호하는 분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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