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80%를 넘는 등 중환자 대응 여력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구로구 미소들병원 치료 병동 상황실의 모니터 모습. 연합뉴스
“인력 확보를 위한 방안은 그 어디에도 없다. 병상만 확보해서 환자들이 입원만 하게 되면 저절로 치료가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의료 현장은 붕괴 직전이다. 의료진들은 줄곧 벼랑 끝에 서있다. 한발만 내딛으면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이성진 부산백병원지부 사무장)
코로나19 확산세가 역대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긴급 멈춤’의 시간을 의료 인력 확충에 전념해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병상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은 내리면서도 환자를 돌볼 인력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20일 오후 민주노총 전국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병상 인력 확충과 의료대응체계 정비를 촉구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응급 의료 체계가 붕괴하고 있다고 증언하며 병상 확보 행정명령, 손실보상 기준 제시 등과 함께 인력 추가 확보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정부의 의료 대응 방안에 인력 확보를 위한 체계적 대안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나 위원장은 “장기전 준비의 핵심이 인력 확보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대책에는 여전히 인력 확보 방안이 빠져있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9.2 노정합의에서 간호사들의 소진과 탈진을 막기 위해 코로나 환자 인력 기준을 마련했지만 현장에서는 아예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대 병원이 내년에도 적정한 인력 충원을 승인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수정 전북대병원 노조 지부장은 “기획재정부가 2022년 필요 인력에 대한 증원 요청에 대해 평균 30% 정도밖에 승인하지 않았다”며 “간호사 인력뿐 아니라 간호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인력까지 거의 다 삭감해 승인했다”고 말했다. 홍 지부장은 “또다시 일반환자가 앰뷸런스에 몸을 실은 채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는 불행이 이어지기 않기 위해서 특단의 조치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사립대 병원 근무 간호사는 행정을 주로 담당하는 수간호사까지 현장에 동원되는 현실에 대한 증언했다. 이성진 부산백병원지부 사무장은 “신규 간호사를 급히 투입해 교육하는 동안 현장 수간호사들이 음압 병동에 투입되고 있다”며 “행정명령과 동시에 중간 인력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파업 4일째를 맞은 전라북도 군산의료원 의료진도 참석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군산의료원은 임금·직제 개편, 공무직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 17일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군산의료원 김주연 부지부장은 “전담병원 인력으로도 힘든데, 병상 확충하라는 행정당국의 명령 지켜야 하고 생활치료센터까지 기존 인력 투입해 마른 수건을 쥐어짜고 있다”며 “코로나 전담병원 노동자 처우 개선 및 인력확충 문제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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