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서울지부가 시립중계노인요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지난달 23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원구의 시립중계노인전문요양원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3차 접종까지 마친 요양보호사 ㄱ씨였다. 그는 곧바로 생활치료센터로 이동했지만, 고위험군 노인들이 모여있던 요양원은 감염에 취약했다. 지난 한달간 입소자 13명과 요양보호사 8명 등 2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5명이 사망했다.
특히 ㄱ씨가 돌보던 2-2구역 208호실 노인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208호실에는 원래 미접종자 3명과 접종자 1명이 있었다. 요양원 쪽은 ㄱ씨 확진 뒤 보건소 지침에 따라 접종자를 다른 방으로 옮기고 이 방에 미접종자 2명을 새로 입실시켰다. 하지만 미접종자들의 안전을 위해 따로 분리한 이 방은 실제론 가장 위험한 공간이었다. 지난달 30일 확진된 첫 감염자 ㄴ씨를 포함해 입실자 5명 전원이 감염됐고 그 중 3명이 숨졌다. 이 병원 요양보호사 유경미(59)씨는 “요양보호사들이 4층에 공간이 많으니 (208호 입실자들을) 안전한 4층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지만, 보건소의 지침이라는 이유로 (위험한 2층에) 방치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송은철 감염병관리과장은 22일 <한겨레>에 “현장에 나갔던 보건소 역학조사관이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분리한 것 같다”며 “(미접종자들을) 위험성이 낮은 분들과 분리하고 대신 매일 유전자분석(PCR) 검사를 하면서 관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ㄴ씨 등 입소자들은 양성 판정을 받은 뒤에도 전담병원 등에 안전하게 격리되지 못했다. 수도권 병상 부족으로 서울시가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병실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고령의 입소자들은 확진 뒤에도 요양원에 머물러야 했다. 요양보호사 이정아(48)씨는 “어르신들이 확진 판정이 나도 보통 4일 정도 요양원에 있다가 이동하셨다”며 “병원 문턱도 못 밟아 보고 요양원에서 사망하거나 병원으로 이송되자마자 사망하는 등 상황이 급박했다”고 말했다.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건 요양보호사들도 매한가지 였다. 요양보호사에게 제대로 된 매뉴얼조차 전달되지 않았다. 요양보호사들은 방역복을 바꿔입으며 확진자 방과 비확진자 방을 오갔다. 방역복 등 쓰레기가 쌓여있는 중앙 통로 문을 열어 놓고 복도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유경미씨는 “2-1구역과 2-2구역간 식사 전달 과정에서도 대면이 이뤄지며, 바이러스는 복도를 통해 전달될 수밖에 없었다”며 “확진자가 나오고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방역복은 뒤집어서 분리배출하라’는 등 메신저로 한 줄짜리 공지가 왔다”고 말했다. 이정아씨는 “허술한 방역 탓에 ‘이대로라면 언젠가는 걸리겠구나’ 싶었다”며 “내 순서는 언제 오나 번호표를 받아 놓고 기다리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씨도 지난 8일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됐다.
감염을 피한 입소자 가족들의 불안감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3년 전 아버지를 민간 요양원에서 시립 요양원으로 옮겼다는 용순옥(54)씨는 “아버지는 희귀병 때문에 백신 접종을 하실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아버지가 어느 순간 이 안에서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가족들은 핸드폰만 붙잡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용씨는 “또다시 어르신 사망자가 나온다면 이번엔 코로나가 아니라 서울시가 어르신을 돌아가시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송은철 감염병관리과장은 “12월 초 요양원 확진이 몰리면서 병상이 부족하다보니 바로 전원조치가 되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이후로 계속해서 병상을 확충하며 즉시 배정하고 전원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요양원 쪽은 <한겨레>에 “서울시, 노원구 보건소와 긴밀하게 연락하며 방역수칙을 준수해 코로나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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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시립중계노인요양원 앞 규탄 기자회견에서 입소자 보호자 용순옥(54)씨가 발언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