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확진자가 나흘째 3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8일 서울시내 한 약국에 코로나 재택치료 대비 가정 상비약 세트가 판매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부터 정부가 60살 이상 고위험 ‘집중관리군’에 대해서만 코로나19 재택치료 건강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코로나 초기 모든 확진자를 의료기관·생활치료센터에 입원시켜 관리하던 정부는 지난해 11월 확진자가 폭증하자 재택치료를 확대했다. 하지만 이제 정부는 한정된 의료 자원을 고위험군 치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무증상·경증 ‘일반관리군’ 환자는 정부 관리 없이 스스로 건강을 살펴야 한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치명률은 0.21%로 델타 변이(0.7%)보다 낮아졌다고 하나, 독감 치명률(0.04~0.08%)보다 2배 이상 높다. 그동안은 상당부분 정부의 대책에 기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 치료를 받아왔다면, 이제는 그야말로 ‘각자도생 방역’ ‘셀프 케어’다. 이달 말 최대 13만~17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예상된다.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한겨레>가 지난해 12월13일 배포된 재택치료 안내서 제5판과 미국·영국·싱가포르 지침, 전문가 조언을 바탕으로 △나이 △건강 상태 △상황별 자가 대처법을 정리했다.
달라지는 재택치료 관리체계에서 만 60살 이상과 먹는 치료제 처방 대상은 ‘집중관리군’에 해당한다. 먹는 치료제는 현재 면역저하자와 만 50살 이상이면서 당뇨,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 만성 신장질환, 천식 포함 만성 폐질환, 암, 과체중(체질량지수 25㎏/㎡ 이상), 면역억제성 질환자, 면역억제 치료자, 겸상적혈구 질환, 신경발달장애 등을 가진 환자다. 따라서 50대 과체중은 정부의 재택치료 집중관리군이다.
집중관리군 가운데 증상 발생 후 5일이 지나지 않고 병용 금지 의약품을 복용하지 않고 있다면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처방받는다. 또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에 배정돼 의료진으로부터 1일 2회 전화로 건강 모니터링을 받는다. 해열제,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세척용 소독제, 자가검사키트 등 재택치료키트 5종도 지급된다. 증상이 발생해 관리의료기관에서 대면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외래진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보급된 산소포화도 측정기로 쟀을 때 94%보다 낮게 나오면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 등에 즉시 연락해야 한다. 한국 질병청·보건복지부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을 보면 △호흡곤란,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거나 헐떡거림 △지속적인 가슴 통증 또는 압박 △전에 없던 혼란 증상 △사람을 못 알아보고 의식을 유지 못할 때 △깨워도 자꾸 자려고 할 때 △손발톱·입술·피부가 창백하거나 푸르게 변할 때 중 한 가지라도 나타나면 역시 의료기관에 연락하고 119 신고 땐 재택치료 환자임을 밝혀줄 것을 당부했다.
건강한 50대 이하 확진자도 건강상태 확인 꼼꼼히
일반관리군에 해당하는 재택치료 확진자는 먹는 치료제도, 재택치료키트 공급 대상도 아니다. 검체 채취 일로부터 7일간 격리하며 스스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이 있으면 호흡기 전담 클리닉과 같은 호흡기 지정 의료기관이나 동네 병·의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는다.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은 질병관리청 코로나19 홈페이지(ncov.mohw.go.kr) ‘호흡기전담클리닉 검사진료 운영기관 안내' 팝업창,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 ‘알림-심평정보통', 복지부 홈페이지(www.mohw.go.kr) ‘호흡기전담클리닉' 팝업창을 보거나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으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됐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건강 상태 변화를 관찰하는 일이다. 집중관리군과 마찬가지로 우려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비대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48∼72시간(2∼3일) 열이 섭씨 38도 이상 나면 폐렴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바로 비대면 진료나 대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가슴이 답답한 걸 넘어 숨이 차거나 호흡 곤란 증상이 나타나도 바로 진료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혼자 사는 일반관리군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아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가족·지인·이웃 등의 연락처를 확보해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평소 건강한 사람들까지 미리 구비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증상이 생겼을 때 이를 바로 알릴 수 있도록 관련 의료기관 정보도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 호흡기진료 지정 의료기관 정보는 기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네이버 등 포털 검색 업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에서 ‘호흡기진료 지정 의료기관’이라고 검색하면 병원 위치가 나온다. 아울러 동거 가족과는 되도록 분리된 방에서 혼자 생활하고 방에서 나올 땐 마스크를 쓴 채 2m 이상 떨어져 있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2차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최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신생아 같은 경우 열도 중요하지만 잘 먹지 못한다든지 숨이 가쁘다든지 주의해야 하는 증상들이 있다”며 “이보다 큰 아이들은 호흡기 증상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택치료 안내서를 보면 소아 환자 응급 위험 증상에는 △호흡이 빨라지며 나이 대비 정상 호흡수 초과 △흉곽 함몰 관찰 △호흡 곤란 또는 코 벌렁임 등 그에 따른 이상 징후 △무호흡 또는 청색증 △의식변화나 처짐 또는 경련 △뚜렷한 음식 섭취 불량·수유 곤란·탈수 △3개월 미만 소아 발열 △정상 산소 포화도 미만 반복 측정 등이 있다.
만성질환이 있거나 비만·당뇨, 면역 억제 치료 중인 경우 등 기저질환이 있는 소아·청소년은 고위험군에 해당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정부도 부모가 요청하면 소아용 재택치료키트를 지급하기로 했다. 동네 의원 비대면 진료 이외에 24시간 재택관리지원 상담센터에도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상시 진료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달라지는 재택치료 모니터링 체계에서 집중관리군에 포함되지 않은 임신부는 그 누구보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8월31일까지 국내에서 확진된 임신부의 위중증 환자 비율은 2.05%로, 같은 연령대 여성 대비 6배 높은 수준이다.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로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는 분만 병상은 현재 전국에 70개에 불과해, 어느 병원에서 출산이 가능한지 미리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위험 요인도 많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 의사회장은 “사산이 발생할 수 있고 태동을 느낀 후 움직임이 없다든지, 예정보다 빠른 시기에 진통이 온다든지, 감염됐을 때 조기 양막 감염으로 인한 염증 등으로 조산에 이를 수 있다”며 “감염됐다면 수시로 담당 산부인과 주치의와 통화해 지도를 받는 게 산모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임재희 박준용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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