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현미경으로 본 코로나19 바이러스. 출처 NIAID
국내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BA.1)의 하위 변이인 ‘BA.2’(스텔스 변이)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BA.2변이는 기존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더 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경우 예측보다 많은 확진자가 발생해 유행의 ‘정점’ 규모와 시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재영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위기소통팀장은 2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BA.2 변이의 검출 비율이 증가 추세”라면서 “세계보건기구(WHO) 초기 자료를 근거로 전파력이나 위험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첫째주에 1%대이던 BA.2 검출률은 지난달 셋째주 4.9%로 증가하더니, 넷째주(2.20∼26)에는 10.3%로 높아졌다. 방역당국 설명을 보면, 전세계적으로도 BA.2 신규감염 비중은 지난달 첫째주 18.6%에서 셋째주 35%로 증가했다.
BA.2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 등이 기존 오미크론과 일부 다른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에 해당한다. 기존 유전자증폭(PCR) 검사법으로 코로나19 감염여부는 알 수 있었으나 변이 종류가 잘 확인되지 않아 ‘스텔스 오미크론’이라 불리기도 했다. 다만 국내에 지난해 말 도입된 검사법으로는 BA.2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1월28일 발표된 덴마크 국립혈청연구소의 분석을 보면, BA.2는 기존 오미크론에 비해 30%가량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덴마크는 두달 전 이미 BA.2가 지배종이 된 나라다. 김태형 테라젠바이오 상무는 “현재 확실하게 데이터가 나온 것은 없지만, BA.2는 기존 BA.1과 아미노산의 차이가 있고, 그게 감염이나 전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전파력이 더 강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BA.2가 확산하면 코로나19 유행의 ‘정점’이 예측보다 길어지거나, 정점에서 나오는 확진자의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BA.2 변이 바이러스가 새로운 정점을 만들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유행의 정점을 조금 더 높게 하거나, 조금 더 길게 가게 하거나 하는 영향은 있을 것”이라며 “정점 이후 확진자 수 하강 국면에서 하강 속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교실)는 “유행의 정점이 길어질 수 있고,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어린이들에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덴마크의 경우에도 BA.2 확산기에 소아청소년 연령군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다.
고재영 대변인은 “BA.2가 국내에서도 증가하는 만큼 (BA.2가) 국내 우세종이 될 경우 유행 정점이나 확진자 수에 영향을 줄지도 면밀히 검토하겠다”면서 “덴마크 등 BA.2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서 유행세와 확진자가 감소하는 것을 고려하면 BA.2의 높아진 전파력이 확진자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세계보건기구 초기 자료를 근거로, 현재까지는 ‘BA.2가 BA.1과 중증도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현재 BA.2가 기존 오미크론에 비해 중증화율이 높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는 상태다. BA.2가 지배종이 된 남아프리카공화국 당국의 조사를 보면, 코로나19 감염자 9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BA.1에 감염돼 입원한 비율은 약 3.4%로 추정됐고, BA.2 감염 추정치는 약 3.6%여서 큰 차이는 없었다. 반면 최근 일본 도쿄대 연구팀은 BA.2 감염이 전염력뿐 아니라 중증도 더 많이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실험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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