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부터 20일까지 적용되는 새로운 거리두기 방침을 발표한 4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식당 앞에 방역지침을 비판하는 간판이 세워져 있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되던 식당, 카페, 유흥시설 등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이 11시까지로 연장되며, 사적모임인원은 6인으로 유지된다. 정부는 다음번 거리두기 조정에서 본격적인 완화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일(5일)부터 식당과 카페 등의 현행 영업시간을 오후 10시에서 11시로 1시간 연장한다. 지난달 18일 ‘6인·10시’로 영업시간을 1시간 늘린 뒤 2주만에 거리두기를 또 완화했다. 정부는 이번 조정안을 디딤돌 삼아 “본격적인 거리두기 완화조치”로 나아갈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유행 규모가 커질 경우를 대비해 안정적인 코로나19 환자 진료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오미크론 대응체계’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새로운 거리두기 조정안에 따라 영업시간 제한 시설로 분류됐던 12종의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은 오후 11시로 늘어난다. 적용 대상은 유흥시설, 식당·카페, 노래(코인)연습장, 목욕장업, 실내체육시설, PC방, 멀티방·오락실, 파티룸, 카지노, 마사지업소·안마소, 평생직업교육학원, 영화관·공연장 등이다. 사적모임(6인)과 행사·집회(최대 299명) 등은 그대로 유지된다.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구청에서 직원들이 전광판에 표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숫자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4일 브리핑에서 “지난 거리두기 조정으로 1시간 영업시간 연장을 했으나, 누적되는 서민경제의 어려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이 있다”며 “전면적으로 거리두기를 완화하기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해 최소한도로 조정하고 다음번 거리두기 조정부터는 본격적으로 완화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영업시간 연장이 확진자와 중증 환자 발생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유행의 정점’이 당초 예상한 시점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26만6853명으로 전날(19만8803명) 소폭 감소했다 다시 폭증했다. 방역당국은 3월 중순 26만~35만명 내외로 정점을 전망하고 있다. 이날 사망자는 186명으로 집계돼 전날 128명에 이어 연일 역대 최다로 집계되고 있다.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50% 내외로 유지되고 있지만, 재원중 위중증 환자(797명)와 재택치료 대상자(79만2494명)는 각각 800명과 8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잇따라 방역 완화조치를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오미크론 유행 특성에 맞게 의료체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교수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확진자가 예상보다 10∼15% 정도 더 나와 유행 정점이 당겨지고 있는데, 중환자가 빠르고 급격하게 늘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료체계가 한계까지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델타변이 때처럼 긴급 멈춤이나 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일반 의료기관에서도 진료할 수 있는 여지를 더 넓히고 생활치료센터 대상 범위를 사회취약계층으로 확장해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코로나 증상이 있는 환자들을 의료기관이 기피하지 않도록 정부가 명확한 지침을 주고 의료기관은 관행적인 진료 거부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며 “병원에서 의료진으로 인한 환자 감염에 대한 법적 책임이나 과실을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하고, 코로나 환자를 기피하면 처벌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더 적극적으로 처방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교실) “사망자가 많이 나오면 오히려 위중증 병상은 여유가 생기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한다”며 “일반 병상에서 중환자가 되지 않게끔 팍스로비드를 적극적으로 처방해 위중증화를 막는 방법밖엔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국내에 도입된 11만8000명분의 팍스로비드 가운데 2만5000명분이 투약됐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