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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나홀로 방역’과 재택치료자 사망

등록 2022-03-04 20:42수정 2022-03-04 23:06

[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
취약계층의 팬데믹
3일 오전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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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self·스스로)방역.’ 정부는 지난 1월부터 60살 이상,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 확진자를 위주로 집중 관리하는 오미크론 대응 체계로 전환을 선언했는데, 흔히 이렇게 줄여 부른다. 방역당국이 하던 일 중 많은 부분을 시민 ‘셀프’로 하게 됐기 때문이다.

감염이 의심되면 스스로 검사를 하고(자가검사키트), 확진되면 스스로 동선을 기억해서 기록한다(자기기입식 역학조사). 고위험군이라도 심각한 증상이 없어 보이면 입원 대신 스스로 집에서 격리한다(재택치료 확대). 또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확진자가 아플 때 스스로 대면·비대면 진료를 신청해야 한다. 고위험군과 저위험군 모두 재택치료에 대한 정보를 숙지하고 대비해야 한다.

방역 전환으로 정부가 시민에게 ‘스스로’ 하도록 맡긴 일들은 전제가 붙는다. 확진자나 의심환자는 방역당국의 지침을 제대로 전달받아 숙지하고, 아프면 진료 요청이나 신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보호자가 곁에 있어야 한다.

이런 전제는 현실에서 쉽게 무너진다. 재택치료를 받게 된 취약계층이 대표적이다. 독거노인을 떠올려 보자. 심야에 홀로 사는 확진자 노인이 혼수상태에 빠진다면? 24시간 비대면·대면 진료를 하는 곳에 연락하거나, 응급신고를 하기도 어렵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재택치료를 하던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남성은 홀로 격리된 탓에 응급상황을 겪고도 신고할 수 없었다. “아침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의 신고에 따라 119구급대가 출동했을 때 그는 이미 심근경색으로 숨을 거둔 상태였다고 한다. 60살 이상인데다 기저질환이 있어 ‘집중관리군’으로 분류됐던 그는 의료기관의 건강 모니터링(하루 2회)을 받아왔다. 하지만 모니터링이 그의 사망을 막지는 못했다.

응급상황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홀로 사는 노인에게 확진과 완치까지 모든 과정이 ‘산 넘어 산’이다. 방역당국의 지침은 1~2주 사이 자주 바뀐다. “인터넷에서 재택치료 절차나 팁을 검색했다”는 확진 경험담을 말하는 이들이 많은데,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독거노인은 이 정보를 제대로 얻기 어렵다. 혼자 사는 65살 이상 노인은 166만명(2020년 기준)이나 된다.

장애인도 재택치료 취약지대에 있다. 직접 이송·진료를 요청하기 어렵거나, 방역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전국에 262만명의 장애인이 있는데, 이 중 71만3천명이 홀로 산다(2020 장애인 실태조사). 이외에 면역저하자, 이주민, 노숙인 등 취약계층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재택치료자는 85만명이 넘었고, 이 중 60살 이상, 면역저하자 등 집중관리군만 13만명에 육박한다. 매일 수만명 이상의 취약계층 재택치료자가 불안한 격리기간을 보내고 있다. 이 규모는 조만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루 확진자가 매주 두배씩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가 거리두기를 완화해 이달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팬데믹이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는 점은 지난 2년간 누차 확인됐다. ‘셀프방역’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시기다.

박준용 사회정책팀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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