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왼쪽)·정호영(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아빠 찬스’ 의혹 등으로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두번째 지명한 김승희 후보자도 4일 낙마했다.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번 연이어 사퇴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가을 재유행 가능성과 국민연금 개혁 등 주요 현안이 산적한데, 수장 공백이 두 달 가까이 계속되면서 복지부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후보자 낙마의 주요 원인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김 후보자는 2017년 국회의원 당시 업무용 차량으로 렌트해 사용하던 관용차를 ‘헐값 매입’하면서 1857만원의 보증금을 정치자금으로 납부했다. 또 82만원의 남편 차량 보험료를 정치자금으로 납부하고, 국회의원 임기 말 정치자금을 보좌진 격려금과 동료 의원 후원금 등으로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회계처리 실무자의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 후보자를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김 후보자는 2011년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약처) 차장에 취임해 관사에 살면서 세종시 공무원 특별공급 아파트를 분양 받고 이를 되팔아 1억5천만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으로 임기가 끝난 뒤 제약 ·보건의료 관련 소송을 다수 진행하는 로펌 고문으로 취업해 이해충돌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장관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와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자리의 공석이 길어지면서 복지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1·2차관 밑에서 핵심 업무를 맡고 있는 기획조정실장과 보건의료실장 자리도 (인사로) 공석이라 차관들이 장관과 실장업무까지 1인 3역을 하는 불안정한 상태”라며 “실무는 어떻게든 굴러가지만, 위기 때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과 차관이 내는 것은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고위직 관계자도 “정부 국정과제를 추진하려면 기존 정책을 재편하거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데 장관이 있어야 힘을 받는다”며 “장관 임명이 늦어지니 정책 추진 동력이 크지 않은 모양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주요 실장직부터 인사가 적체된 상태다”며 “인사를 마냥 기다리다보니 어수선하고 축 처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해당 후보자들을 검증해온 국회와 두 번의 장관 후보자 낙마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자격을 갖춘 후보자를 신속하게 지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코로나19 재유행과 원숭이두창 확산 등 전염병 이슈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데다 연금개혁 등 산적한 보건복지 현안들이 제때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어 걱정”이라며 “부디 세 번째 후보자는 야당에서도 환영할 만한 인사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지난 4월부터 약 3개월간 2명의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검증단계에서 낙마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며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 재유행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장관 후보자를 시급히 지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복지부 장관은 감염병 대응은 물론 의료 전달체계나 지역 간 불평등, 돌봄 문제 등 굉장히 어려운 문제를 맡아야 한다”며 “보건과 복지정책 어느 분야라도 정책 전문가로서의 능력과 실무 경험 능력을 겸비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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