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배 이상 급증하는 ‘더블링’ 현상이 현실화하면서 정부가 최근 유행 양상을 ‘재확산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재유행을 공식화한 것으로, 확진자 격리의무 유지와 병상 확보 등 전반적인 방역 대응 조치를 검토해 오는 13일 발표할 계획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8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1만9323명(국내 발생 1만9132명·해외유입 191명)이라고 밝혔다. 일주일 전 금요일인 1일 9522명(역학조사에 따라 변동 가능)의 약 2배다. 감염자 1명당 추가 감염자 평균인 감염재생산지수는 지난주(6월26일∼7월2일) 1.05로 14주 만에 유행 확산을 뜻하는 1을 초과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코로나19 재유행의 경고등이 하나둘 켜지고 있다”며 “코로나가 다시 확산 국면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여름 재유행에 대비한 방역·의료 대응방안을 마련해 다음 주 수요일인 13일 발표하기로 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재유행에 들어간다면 현재 방역대응체계를 어떻게 변경시킬지 의료대응 조치 변화도 검토해 중대본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는 정부 발표에 앞서 11일 첫 회의를 열어, 확진자 격리의무 유지 등 재유행 대응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방역당국 예상보다 빠른 재확산 원인으로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세부 계통인 BA.5 변이 확산 △여름철 이동량 증가와 에어컨 가동 등으로 인한 실내 감염 △백신접종·감염 등을 통해 얻은 면역 효과 감소를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3월 오미크론 대유행 때와 다르게 확진자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겠지만, 지난해처럼 가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정재훈 가천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정점 시기나 규모를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대유행(지난 3월17일 0시 기준 최대 62만1328명)에 비해 절반에서 3분의 1∼4분의 1 정도 유행은 충분히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BA.5 변이 자체의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이 이전 변이보다 높다는 증거는 없지만, 확진자가 늘면 시차를 두고 중환자·사망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지금까지 60살 이상과 면역저하자, 요양시설 등 고위험군에 집중돼왔다. 그러나 7일 0시 기준으로 접종 간격이 도래한 60살 이상의 4차 접종률은 35.3%로, 3명 중 2명은 접종 시작 후 4개월이 지났는데도 4차 접종을 받지 않은 상태다. 이재갑 한림대 교수(감염내과)는 “4차 접종률을 올리지 못하면 (고위험군) 피해도 커질 수 있다”며 “개량 백신이 나올 때까지는 못 기다린다. 일단 지금 백신으로 중증 예방 효과를 기대하고 (개량 백신) 물량에 따라서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치료 병상 등 확보도 정부가 재유행을 앞두고 풀어야 할 숙제다. 일 기준 거점전담병원 포함 분만병상 250개, 투석병상 288개, 소아병상 246개 등을 확보한 상태다. 중대본은 이날 오후 2시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분만·투석·소아 등 특수치료 병상을 포함한 병상 상황을 집중 점검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