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4만266명을 기록한 13일 오전 서울 코로나19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 대상을 만 50살 이상과 만 18살 이상 기저질환자로 넓힌다. 확진자 7일 격리의무는 유지하되, 전국민 거리두기를 지양하는 대신 자발적 거리두기를 권고하기로 했다. ‘과학방역'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첫 코로나19 유행 대응 방안이지만, 전문가들은 전 정부와 차별화되는 근거 데이터가 없는 데다, 4차 접종도 거리두기도 모두 개인에 맡긴 ‘자율방역’으로는 유행 확산을 억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13일 중앙재난안전본부는 접종 확대 등을 담은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방역·의료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4차 접종 대상자는 △60살 이상 또는 면역저하자 △요양병원·시설·정신건강증진시설 입소자였지만, △50살 이상 △18살 이상 기저질환자 △장애인·노숙인 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입소자가 포함됐다. 이로써 4차 접종 대상자는 857만명(50대) 이상 늘 전망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50대와 성인 기저질환자는 고위험군”이라며 “미국 또한 의학적 합병증 비율 등을 고려하여 50대 이상 접종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확대된 대상은 18일부터 접종할 수 있다. 만 61살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보건소에서 4차 접종을 한 뒤 “국민 여러분들의 많은 동참을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4차 접종률을 끌어올릴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만 60살 이상 4차 접종이 시작된지 3개월이 지났음에도 7일 0시 기준 4차 접종률은 80살 이상 55.2%, 70대 45.6%, 60대 23.6%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방역당국은 ‘접종 독려’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60살 이상에게 4차 접종을 ‘허용’하고 80살 이상은 ‘권고’하고 있지만, 앞으로 대상자에겐 모두 접종이 ‘권고’된다. 방역당국은 접종 독려 근거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4차 접종의 중증 예방효과는 3차 접종에 대비해 50.6%, 사망 예방효과는 53.8%가 더 높다”고 언급했는데, 지난달 16일 발표한 내용을 제시한 데 그쳤다. 4차 접종 등 재유행에 대비한 과학적 방역정책을 수립하려면, 백신접종과 자연감염을 통해 형성된 면역 수준부터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전 국민 항체양성률 조사는 8월에 시작하고, 빨라도 유행의 정점 시기로 예상되는 9월 초에야 결과가 나온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4만266명으로 63일 만에 4만명대에 진입한 가운데, 방역당국은 오는 8~10월 20만명까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병상 등 의료 체계를 준비할 방침이라면서도, 모임 인원과 시간을 제한하는 ‘전국민 거리두기’는 지양한다고 밝혔다. 방역에는 효과적이지만, 국민들의 피로감이 크고 자영업자 피해 등 사회·경제적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개인과 지역사회의 자발적 거리두기를 권고하고, 치명률이 증가하는 등 중대 요인이 있을 때 감염취약계층 중심으로 선별적·부분적 거리두기를 검토한다는 단서를 뒀지만 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정부가 4차 접종과 거리두기 등을 언급하며 제시한 근거가 이전 정부와 차별화된 게 없다”며 “과학방역을 강조했던 게 오히려 실책이 됐다”고 말했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많은 전문가들이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는 아직도 (상병수당 미도입 등) `아파도 쉴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자율방역은 어렵다고 얘기해왔다”며 이번 대책의 효용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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