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뒤 사망 1억으로 위로금 인상…사인 불명도 지급키로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강화’ 방안 발표
관련성 의심 질환 의료비·사망위로금 상향
보상 지원센터 신설…안전성 연구센터도 추진

19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국립 보건연구원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지원센터’.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사망자에게 지급하는 위로금 한도를 1억원으로 인상하는 등 예방접종 피해보상을 강화한다. 4차 접종 대상을 50대 이상과 18살 이상 기저질환자 등으로 확대한 정부가 백신 접종률을 올리기 위해 내놓은 방안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놓았던 ‘백신 피해 국가책임제’ 정책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19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청주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국가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백 청장은 “새 정부 출범 때 예방접종 피해보상 지원에 대한 국가 역할 강화가 국정과제였다”며 “이에 오늘 ‘코로나19 예방접종피해보상지원센터’가 문을 연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이 백신 접종 뒤 이상반응 업무를 총괄했지만, 이제부터는 이상반응 신고를 제외한 △역학·피해조사 △피해보상 심의·지원 △콜센터 상담 △심리 지원 등을 지원센터에서 맡는다.

우선 백신접종으로 인한 피해가 인정되지만 인과성이 부족한 질환(심의기준 ④-1)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다. 질병청은 의료비 지원 상한을 3000만원에 5000만원으로 늘리고 사망위로금 지급액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렸다. 근거 자료가 불충분하지만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질환에는 길랭-바레 증후군(아스트라제네카·얀센)이나 얼굴신경마비(화이자·모더나) 등 12개 질환이 포함됐다. 12일 현재 143명에게 의료비가, 5명에게 사망위로금이 지급됐다. 백 청장은 “이전에 관련성 의심 질환으로 신고한 경우 별도 신청 절차 없이 소급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숨진 원인을 알 수 없더라도 백신 접종 뒤 42일(6주) 안에 숨졌다면, 1000만원의 위로금이 새롭게 지급된다. 질병청은 국외 인과성 심의기준 및 국내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심근염·심낭염·혈소판감소 혈전증 등 ‘접종 후 이상반응’ 발생 가능 기간이 42일인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6월23일 현재 백신 접종 뒤 42일 안에 숨진 사망자 가운데 ‘원인불명’인 사례는 45명으로, 역시 소급 적용된다.

정부는 피해보상 심의 결과에 대한 이의 신청 횟수도 1회에서 2회로 확대한다. 지난 15일부터 피해보상 신청자가 주민등록상 주소지 보건소 방문이 어려울 경우 등기우편으로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이달부턴 보건복지부와 지원센터가 협력해 이상반응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접종자와 가족 등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백신과 이상반응 사이 인과성 근거를 제공할 ‘코로나19 백신 안전성 연구센터’도 의과학 전문기관에 위탁 설치한다.

정부가 백신 이상반응 피해보상을 강화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당시 국가책임제를 하겠다며 내걸었던 ‘정부의 인과관계 증명 책임’이나 ‘선보상(치료) 후정산’ 등과는 거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치료비와 사망위로금은 올렸는데 인정률 자체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며 “(백신 추가 접종을 확대하려면) 신뢰 회복이 제일 중요한데 그동안 여러 불신이 쌓여있어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