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사퇴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승희·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연합뉴스
오는 17일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복지부·교육부 장관이 ‘공석’이다. 정호영·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갖은 논란에 연이어 사퇴했고, 고구마줄기 의혹에도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교육부 장관은 취임 34일 만에 ‘만 5살 초등 조기입학’ 졸속 추진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특히 국민연금 개혁, 코로나19 대응 등 주요 사안을 다루는 복지부 장관 공백이 길어지면서, 복지부가 업무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이 늦어지면서 주요 복지 정책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등 업무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 복지부 장관 공석은 77일째로 역대 최장 기간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지속 가능한 복지’를 내세웠지만, 복지부는 ‘구체적 그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의 연속성 마저 흔들리는 상태다. 특히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살던 동네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한 ‘커뮤니티 케어’는 올해 선도사업이 종료되지만 본사업 등 향후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 ‘문재인 케어’ 역시 윤석열 정부가 어떤 식으로 끌고 갈지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장관이 책임지고 전임 정부에서 해오던 정책을 어떻게 할 지 결정을 해야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사 발령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특히 현 정부의 3대 개혁 과제(노동·연금·교육) 가운데 하나인 연금 개혁을 추진해야하는 부서 주요 보직들이 공석이다. 최근 정호원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이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소속 복지 수석 전문위원으로 이동하며, 연금정책국장 자리가 비었다. 이스란 전 중앙사고수습본부 의료대응체계추진반장이 ‘전담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주요 역할을 맡고 있는 보건의료정책실장, 저출생·고령화 과제를 맡은 인구정책실장 등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공석이다. 전임 김용진 이사장이 지난 4월18일 사퇴한 뒤 현 정부가 3개월 넘게 이사장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달 28일 임기 3년의 이사장을 모집하는 공개 모집 공고를 냈는데, 후보자 접수와 서류 면접 심사 등을 거치면 1∼2개월 가량은 더 공석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기본적인 연금 개혁의 방안을 행정부가 제시해야 하는데 복지부 장관, 연금공단 이사장, 연금 정책 총괄 책임자들이 공석이거나 대리인 상태”라며 “윤석열 정부가 지금 절박한 연금 개혁에 대한 의지와 플랜을 가지고 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의심과 우려를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복지부 내에서는 예산 배정과 부처 협업 등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예산 문제로 기획재정부와 협의할 일이 많은데, 장관이 없으니 더 협조를 구하거나 논의를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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