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옷깃을 여미며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인플루엔자(독감) 의심 환자가 일주일 새 45% 늘어나는 한편, 각종 바이러스로 인한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환자도 증가 추세다. 올겨울 코로나19뿐 아니라 호흡기감염증을 유발하는 여러 바이러스의 ‘동시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낸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를 보면, 9월 25일∼10월 1일(2022년도 40주차)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7.1명으로 일주일 전 4.9명에 견줘 44.9% 급증했다. 연령별로 보면, 만 1∼6살 유아(1000명 당 12.1명)에서 의심 환자가 가장 많았다. 지난 9월 16일 질병관리청은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전국에 발령했다. 2022~2023절기 유행기준 ‘외래환자 1000명당 4.9명’을 초과한 데 따른 조처로 코로나19 팩데믹 이전인 2019년 이후 첫 유행주의보 발령이었다.
같은 기간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환자는 940명(임상 감시 참여 병원 196곳 기준)으로, 일주일 전 896명에 견줘 44명 늘었다. 메타뉴모바이러스(HMPV) 감염 환자가 296명(31.5%)으로 가장 많았고,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 287명(30.5%), 리노바이러스 감염 173명(18.4%) 순이었다. 메타뉴모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등과 함께 어린이에게 폐렴 등 하기도 감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입원환자가 1건도 신고되지 않았다. 호흡기감염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경우가 많아 손 씻기 등 방역수칙 준수가 필요하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규모는 줄고 있으나 방역당국은 오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재유행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코로나와 여러 바이러스가 동시유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9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7593명으로, 입원 중 위중증 환자는 305명이다. 이날 발생한 사망자는 29명이다. 방역당국은 이달 중순 하루 신규 확진자 규모 1만∼2만명, 사망자는 하루 10명대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면역 감소와 계절, 방역정책 완화, 변이 등 복합적인 요인이 더해진다면 일정 수준 재유행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3년 만에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됐고 겨울철 코로나가 다시 유행할 수도 있다”며 “환기와 손 씻기 등 일상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가을·겨울철 재유행에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플루엔자 국가 예방접종 일정. 자료: 질병관리청
현재 방역당국은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동시 진행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대상은 생후 6개월부터 만 13살 이하 어린이, 임신부, 65살 이상 어르신이다. 9월 21일부터 순차적으로 어린이·임신부 접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달 12일부터 만 75살 이상 연령대를 시작으로 고령층 접종에 들어간다.
겨울철 코로나19 초가 접종은 10월 11일부터 1·2차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시행한다. 사전예약을 진행한 만 60살 이상·면역저하자 등 우선 접종 대상자는 11일부터 오미크론 변이 대응을 위한 모더나사 백신 등을 활용해 추가접종을 받는다. 모더나사 백신은 코로나19 초기 바이러스와 오미크론 변이(BA.1)를 표적으로 하는 2가 백신이다. 만 18살 이상 성인은 마지막 접종일 혹은 확진일로부터 4개월이 지난 다음 모더나사 2가 백신으로 추가접종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맞지 못하거나 이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유전자 재조합 백신(노바백스·스카이코비원)으로도 추가접종이 가능하다. 사전예약 대상자가 아닌 이들도 11일부터 당일 접종이 가능한데 병원으로 직접 연락하면 11일 0시부터, 네이버·카카오톡 예약을 통해선 12일 오후 4시부터 접종을 신청할 수 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