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0월22일 서울의 한 병원 독감 예방접종 창구 앞. 연합뉴스
16일 전국에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됐다.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9월에 발령된 건 발령 체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이날 질병관리청(질병청)은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인플루엔자 의사환자(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분율이 1000명당 5.1명으로 유행기준(4.9명)을 초과해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지난 2년 동안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사람들의 활동량과 접촉이 줄면서 독감이 유행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시점은 9월로 앞선 발령 시점보다 이르다.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9월에 발령된 건 지난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직전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2019년(11월15일), 2018년(11월16일)과 견줘 약 2개월 빠르다. 다만, 질병청은 9월 4∼10일 검출된 호흡기바이러스 가운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4%로 다른 바이러스들과 견줘 아직은 낮다고 설명했다. 메타뉴모바이러스가 20.9%로 가장 많고,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16.7%), 리노바이러스(7.4%), 보카바이러스 (7.0%), 아데노바이러스(5.6%) 순이다.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되면 인플루엔자 양성 판정자는 물론 고위험군 환자는 인플루엔자 검사 없이도 의심 증상이 보이면 ‘항바이러스제(치료제)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타미플루 캡슐 등 치료제의 약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게 된다. 만 2주 이상 신생아를 포함한 만 9살 이하 소아, 임신·출산 2주 이내 산모, 만 65살 이상, 면역저하자, 대사장애, 심장질환, 폐 질환, 신장기능장에, 혈액질환, 신경계 질환 등 기저질환자가 대상이다.
인플루엔자의 주요 증상은 38∼40℃ 마른기침과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과 두통 근육통, 피로감, 쇠약감, 식욕부진 등이다. 소아는 오심(구역질)이나 구토, 설사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분 경증으로 자연 치유되지만 노인과 영유아, 만성질환자, 임신부 등 고위험군은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기저질환이 악화돼 입원치료를 받거나 일부는 숨질 수 있다. 인플루엔자는 기침이나 재채기 등 감염된 환자의 비말(침방울)로 전파되며 평균 2일 후 증상이 나타난다. 전염력은 증상이 시작된 1일 전부터 4∼5일이 가장 높다. 소아나 면역저하자는 바이러스 배출 기간이 2주 이상 길어지기도 한다. 인플루엔자에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제는 오셀타미비르, 자나미비르, 페라미비르, 발록사비르 등이며, 감염 후 48시간(이틀) 안에 투약해야 체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질병청은 “영유아나 학생이 독감에 걸린 경우 집단 내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 해열제 없이 체온이 정상으로 회복한 후 24시간이 지날 때까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및 학원 등에 등원·등교를 하지 않아야 한다”며 “노인 요양시설 등 감염에 취약한 집단생활시설에서는 직원 및 입소자에게 예방접종을 적극 실시하고, 증상자는 별도 분리해 생활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비한 국가예방접종은 오는 21일부터 시작된다. △생후 6개월~만 13살(2009년 1월1일∼2022년 8월31일 출생) △임신부 △만 65살 이상(1957년 12월31일 이전 출생) 등 고위험군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태어나 처음 접종하는 만 9살 미만 어린이(4주 간격 2회 접종 대상자)가 이달 21일부터 접종을 시작하고, 다음 달 5일부터 13살 이하 어린이 1회 접종 대상자와 임신부 접종이 진행된다. 다음 달 만 75살 이상은 12일부터, 만 70∼74살은 17일부터, 만 65∼69살은 20일부터 각각 접종이 시작돼 올해 12월31일까지 접종받을 수 있다. 유료 인플루엔자 접종은 의료기관별 백신 보유 현황에 따라 현재도 가능하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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