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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외국인 1명이 37억 건보 혜택”…그들은 과연 숟가락만 얹었나

등록 2022-10-20 09:06수정 2022-10-20 15:32

[뉴스 AS]
2017∼2021년 건보공단 지출액 분석
윤 대통령 주장과 달리 외국인 건보료 5년간 흑자
전국 100여개 이주인권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6월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 모여 코로나 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있는 이주민들을 위한 지원 대책과 생존 대책 등을 요구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전국 100여개 이주인권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6월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 모여 코로나 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있는 이주민들을 위한 지원 대책과 생존 대책 등을 요구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무임승차’ ‘숟가락 얹기’ ‘의료쇼핑’

보수 언론과 정치권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지급되는 국민건강보험료에 붙이는 수식어다. 외국인들이 건강보험료를 제대로 내지 않으면서 과도한 의료비를 지출해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국민의 힘 의원에 이어 올해 1월엔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자)까지 잇따라 외국인 건강보험 체계 문제를 언급하면서, 외국인들에겐 이런 부정적인 꼬리표가 여전히 따라다닌다.

정말 국내에서 치료를 받은 외국인들은 내국인이 내는 건강보험료에 ‘무임승차’하는 걸까? 필수 진료가 아닌 무분별한 ‘의료쇼핑’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있을까?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외국인 건강보험 체계를 둘러싼 지적을 톺아봤다.

‘의료쇼핑’이라던 중국인, 건보료 7년 낸 뒤 혈우병 진단

지난해 9월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이용호 의원(무소속)은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가운데 건강보험 급여액이 높은 상위 10명의 현황을 공개했다. 자료엔 이들의 국적, 연령, 주요 질환 등이 담겼다. 이 의원은 ‘중국인 1명이 2017∼2021년 건강보험 30억원 혜택을 봤다’며 상위 10명 가운데 가장 급여비가 높은 중국인에게 지급된 건강보험 급여비를 지적했다. 액수만 보면 과도한 건강보험 급여가 지급된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고영인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최근 5년(2017~2021년)간 외국인 건강보험 지출 최대액’을 보면 이 의원이 지적한 해당 외국인은 2017년을 제외한 최근 4년(2018∼2021년)간 총 37억3천만원의 건강보험 급여비를 지출했고, 급여비가 가장 많았던 것은 맞다.

하지만 이 외국인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의료쇼핑’과는 거리가 멀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 외국인이 건강보험에 가입한 시점은 질병 진단을 받기 7년 전인 2010년이었다. 7년간 내국인과 똑같이 건보료를 납입하다가 희귀질환인 ‘유전성 제8인자 결핍’(혈우병) 진단을 받았다. 혈우병은 혈장 속 피를 굳게 하는 응고인자가 적어 피가 나면 멈추지 않는 질환인데, 치료제로만 한 달에 평균 200만∼300만원이 들어가는 등 1년에 평균 6억∼7억원의 진료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이 외국인은 전체 진료비의 대부분을 생명과 직결된 질병 치료를 위해 썼다”고 설명했다.

2017∼2021 연도별 내·외국인 건강보험 지출 최대액 사례(단위:억원).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기간 내국인이 쓴 건강보험 최대 지출액은 얼마일까? 가령 2020년 한 해에 건강보험을 가장 많이 쓴 내·외국인의 주요 질환은 혈우병으로 같았다. 하지만 급여비는 내국인이 18억6천만원으로, 외국인이 쓴 9억6천만원보다 약 2배 많았다. 지난해에도 같은 질병으로 내국인은 16억1천만원을, 외국인은 9억원을 각각 지출해 내국인의 지출액이 외국인과 견줘 약 1.8배 더 많았다. 이 외국인의 급여비 지출액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생명에 직결된 불가피한 지출이었던 데다, 같은 질병을 앓는 내국인과 견줘 외국인이 더 많은 건강보험 급여를 썼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

외국인 건보료 5년간 흑자…4년만에 2배 증가

더욱이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숟가락만 얹는다”며 외국인의 건강보험 급여 문제를 지적한 것과 달리,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수입·지출)는 최근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부과보험료–급여비)은 5125억원으로 2017년 2480억원에서 2배 가량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내국인 건강보험 재정은 마이너스(-) 2조7524억원으로 5년 연속 적자다.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의 흑자는 외국인들의 꾸준한 건보료 납부에서 기인했다. 지난해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는 123만7278명으로 2017년 88만9891명에 비해 1.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이 낸 건강보험료는 8818억원에서 1조5793억원으로 1.8배 늘었다. 반면 외국인의 건강보험 부정수급자 수와 부정수급액은 2018년 이후 해마다 줄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 적발 인원은 50명, 부정수급액은 6200만원이었다. 2018년 부정수급 적발 인원(185명)과 부정수급액(1억9900만원)과 견줘 각각 27%, 3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윤 대통령이 ‘숟가락론’의 근거로 든 외국인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수도 내국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기준 외국인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1인당 피부양자 수는 0.4명으로 내국인(0.93명)의 약 43%에 그친다.

고영인 의원은 “올 1월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발언이 가짜 뉴스였음이 증명된 셈”이라며 “‘의료쇼핑’이나 ‘먹튀’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 건보 재정에 ‘일등공신’인 외국인들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정당히 대우하는 것이 ‘진짜 공정'”이라고 강조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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