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15개의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출동해 의료지원을 했다고 밝혔지만, 수십명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참사 당일 자정 전에 현장에 도착한 재난의료지원팀은 단 1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의료 지원이 지체됐다는 지적에, 정부는 재난 상황 땐 119 신고와 함께 의료지원팀이 자동으로 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7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재난의료팀 출동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현장에는 15개 재난의료지원팀 63명이 출동했다. 하지만 자정 전 현장에 도착한 의료지원팀은 첫 119 신고(29일 밤 10시15분) 뒤 최초로 출동한 서울대병원 의료지원팀(밤 11시20분 도착) 1팀에 불과했다. 재난 현장에서 1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출동하는 재난의료지원팀은, 구급대원과 달리 중등도에 따라 환자를 분류하고 치료하는 역할 등을 수행한다. 통상 4~5명의 의사·간호사로 구성돼 있는데, 이날 밤 11시45분께 이미 심정지 환자가 50여명 발생한 상황에서 4~5명의 의료진이 응급의료대응을 한 셈이다.
이후 지원팀 출동 등을 조정하는 중앙응급의료상황실(상황실)이 밤 11시17분부터 36분까지 순차적으로 서울대병원 후발대와 한양대·강동경희병원 의료지원팀 출동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모두 자정을 넘겨 현장에 도착했다. 15개팀 가운데 나머지 11개팀은 30일 0시 이후 출동이 이뤄졌고, 9개팀은 참사 이후 3시간가량 지난 30일 새벽 1시 이후 현장에 도착했다. 상황실이 이태원 참사를 ‘재난’으로 판단하고 응급의료대응 단계를 ‘심각(Red)’ 단계로 격상하는데도 시간이 지체됐다. 상황실은 30일 0시33분께야 ‘심각단계’ 대응을 시작했는데 최초 신고 뒤 2시간18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재난의료지원팀 대응 확대 시점이 늦어진 건, 참사 현장과 상황실 사이 정보 공유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소방에서 자정 전 재난의료지원팀 지원을 요청한건 29일 밤 10시48분(소방 쪽 기록으로는 44분)과 11시15분 2차례였다. 현장 상황에 대한 보고 역시 ‘10여명 깔린 듯하다’ ‘15명 이상이 깔려 있고 추가적으로 발생 가능성 높음’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 역시 소방 등 현장에서 공유한 정보만으로 상황실이 재난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인술 충남대 의과대학 교수(응급의학교실)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상황실은 신고받는 곳이 아니어서 현장 상황이 얼마나 정확히 전달되느냐에 따라 의료지원팀 파견 규모가 달라진다”며 “현장 지휘관의 판단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 역시 “(이태원 참사 당시) 심폐소생술 환자가 100명이라고 공유가 왔다면 전혀 다른 대응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당시 119 구조대원들 설명으론 주변이 매우 혼잡한 가운데 비좁은 골목 안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민이 끼어있는 상황이었다”며 “주변 시민들과 함께 긴급하게 구조 작업을 진행하면서 시간이 흘러 골목 안쪽에서 중상자들을 발견해 구조하기 시작했다. 처음 신고된 정보와 초기 판단으로 전체 부상자 규모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려웠다”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현장 요청에 따라 응급의료 대응이 이뤄지는 현행 ‘재난응급의료비상대응매뉴얼’을 개정해, 재난 발생 즉시 재난의료지원팀이 자동 출동하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나와 “(재난의료지원팀을) 요청을 받아야 출동시키는 게 아니라, 자동 출동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현장응급진료소와의 원활한 의사소통, 인력·장비 확충 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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