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벗은 채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지나가는 버스 안 마스크 착용 승객과 대조를 이룬다. 연합뉴스
코로나19에 대한 집단 면역력과 보건당국의 대응 능력 등을 고려했을 때 마스크 실내착용 의무를 해제해도 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국민 대부분이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을 얻어 이전 유행에 비해 중증화율·사망률이 줄어든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정부는 겨울철 유행 추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1월 중순부터 단계적으로 착용 의무를 완화할 계획이다.
15일 질병관리청이 개최한 ‘코로나19 대응 방향 전문가 토론회’에서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대부분 만족됐다. 마스크 해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이달 초 대전시의 ‘실내마스크 의무 해제’ 예고 이후, 방역당국이 해제 시점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첫 전문가 공개토론회다. 현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최대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발생 규모가 방역지침을 완화해도 될만큼 낮아졌다고 봤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 초기였던 지난 3월에는 하루 최고 62만여명, 8월에는 18만여명의 확진자가 나온 반면 지난달 시작된 재유행에서는 일 최대 확진자가 약 8만7000명(13일)이었다. 지난 5~7월 오미크론 변이 유행 기준으로 만 60살 이상 고령자의 코로나19 사망률이 델타 변이 때보다 7%로 줄어드는 등 치명률도 감소세다. 정 교수는 “감염에 따른 자연면역과 백신 접종 등으로 지난 8월 전 국민의 97.38%가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하고 있었다. 5~9살 어린이는 약 80%가 감염을 통해 면역을 획득했다”며 “(이에 따라) 코로나19 치명률이 유행 초기 대비 15분의 1에서 20분의 1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방역 당국의 재유행 대응 능력도 방역조치를 완화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마스크 의무 해제로 일시적으로 확진자 규모가 늘어나더라도, 정부 의료기관이 유연하게 병상을 늘려 이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지난해 11월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병상확보 행정명령을 냈을 때는 전국 중증병상 100개가 확보되는 데 32일이 걸렸다”며 “이후 기존 병상을 코로나19 환자용으로 개조하는 노하우 등이 쌓이며, 올 7월 유행 때는 2주새 150개가 확보됐다”고 말했다.
다만 마스크 의무 완화 ‘시점’을 두고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렸다. 이날 0시 기준 7만154명이 새로 확진되는 등 여전히 일 7만∼8만명대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겨울 한파가 지난 뒤 마스크 해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반론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겨울철 인플루엔자(독감) 환자만으로도 매년 수도권 의료기관 중환자실의 인공호흡기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반복됐는데, (방역지침을 완화해) 코로나19 유행을 다시 증폭시킬 계기를 지금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코로나19 중환자가 급격히 늘어나 다른 질환으로 입원한 중환자들이 영향을 받을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 등을 바탕으로 오는 23일 마스크 의무 해제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발표한다. 이후 2∼3주 동안 코로나19 중증화율·사망자 수 등을 확인해, 이르면 1월 중순 단계적으로 방역지침을 완화할 방침이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비해 마스크 의무화 등 (강제적인) 사회대응 방역의 필요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내년 1월) 각급학교 방학이 시작되면 인플루엔자에 대한 위험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복지시설·대중교통·의료기관·약국 등에서는 착용 의무를 유지한다. 다른 실내공간에서도 의무화만 해제될 뿐 여전히 착용을 ‘권고’하므로, 마스크를 자율적으로 쓰자는 홍보는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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