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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비대면 진료 ‘상시 허용’…대형병원 쏠림, ‘동네의료’ 붕괴 대안은?

등록 2023-03-02 17:53수정 2023-03-03 02:45

복지부, 2일 재진료·벽지 환자 원격의료 제도화
지난해 2월 서울 중구 보아스이비인후과병원에서 오재국 원장이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비대면 진료를 보고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해 2월 서울 중구 보아스이비인후과병원에서 오재국 원장이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비대면 진료를 보고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보건복지부가 2일 재진료·벽지 환자를 대상으로 제도화하겠다고 밝힌 ‘비대면 진료’(원격 의료)는 의료계에서 10년 넘게 지속된 단골 논쟁거리다. 병·의원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환자가 집에서 상담과 처방을 받을 수 있어 편리하지만, 환자와 의사가 대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료 질과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맞서왔다. 의료계에선 코로나19 유행 이후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면서 완강한 반대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대형병원 ‘환자 쏠림’이나 의료 영리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최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전면 반대’에서 ‘상황에 맞게 대처하자’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해 4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낸 ‘원격의료 정책 현황과 대응방안 연구’를 보면 의협 대회원을 대상으로 한 원격의료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 955명 가운데 65.2%(623명)가 원격 의료에 ‘반대’했다. 2014년 8월 회원 6357명을 대상으로 한 원격 의료 시범사업 설문조사에서 95%(6053명)가 반대한 데 견주면 눈에 띄게 줄었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 시작이 앞당겨지고 정보기술(IT)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의사들이 직접 비대면 진료를 경험해본 뒤 잘만 활용하면 진료에 보조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개방적 태도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코로나19 국내 유행이 시작된 직후인 2020년 2월부터 한시적으로 전화상담과 처방을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엔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 단계 이상 발령 시 한시적인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고, 비대면 진료도 급증했다. 또 비대면 진료 시 ‘약사와 환자 간의 협의에 따라 처방약 교부 및 수령 방식을 정할 수 있다’는 지침에 따라 ‘닥터나우’와 같은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업체들도 생겨났다.

전문가들 또한 일차 의료체계가 보완된다면 비대면 진료가 의료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본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 산간벽지에 있는 분들은 매번 병원에 오기 힘들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며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지 않게 하고, 의료 취약지엔 의료진을 증원한다면 비대면 진료로 일차 의료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보건정책관리학)는 “지리적으로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곳들은 간호사들이 경로당에 방문하거나 학교를 순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간호사들이 진료한 것을 기반으로 비대면 의료가 보완적으로 활용된다면 의료 질과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장기적으로 비대면 진료 대상이 확대되고, 대형 의료기관이나 약국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면서 ‘재진 환자 중심',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라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한시적 조처’에 불과하리란 전망이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현재 주치의 제도가 없는 등 일차 의료 전달체계가 불완전한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 대상이 대학병원까지 확대되면 의원급은 대부분 도산하고 가뜩이나 심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환자가 원하는 의약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등 특정 의료기관의 처방을 유도하는 문제로 지난해 닥터나우를 형사 고발했다”며 “비대면 진료가 시행되면 편법·탈법적인 약 처방으로 인한 약물 오·남용과 독점으로 인한 동네 약국·의원 붕괴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특성상 한계도 여전하다. 김창엽 교수는 “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환자의 안색이나 걸음걸이, 대화할 때 반응 등은 비대면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며 “단순처방이 반복되는 고혈압, 당뇨 환자라 할지라도 약의 후유증, 부작용, 합병증 등 진료의 ‘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기술이 있으니 활용해 신산업을 육성하자’고 하기 전에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대상과 지역은 어디인지 진단하고,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짚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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