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코로나19 재택치료관리 상황실에서 의료진이 재택치료 중인 코로나19 환자를 비대면으로 진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비대면 진료인데, (대면 진료로) 병원 먼저 갔다 오라고요?”
지난 14일 박재욱 쏘카 대표는 이런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비대면 진료 지켜줘 챌린지'에 나섰다. 박 대표와 이승건 토스 대표를 비롯해 국내 스타트업 2천여곳이 참여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지난 14일부터 “지금처럼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며 10만명 서명을 받아 21일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 상시 허용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의료계와 산업계는 비대면 진료를 할 경우, 허용 범위를 두고도 대립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5개 의료법 개정안 가운데 4개가 안전성 등의 이유를 들어 ‘재진’에 한정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의료산업계 쪽에서는 현재 비대면 진료 대다수가 감기 혹은 피부염 등 비교적 가벼운 질병의 초진이므로, 환자 선택권과 실질적인 편의성을 고려해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참여하는 코스포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의 이슬 사무국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 대부분은 감기 등으로 인한 초진 환자인데, 재진만 허용하는 건 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행위”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 발표를 보면, 2020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코로나19 재택치료를 제외한 비대면 진료는 736만건 가운데 재진 81.5%(600만건), 초진 18.5%였다.
반면 의료계에선 청진이나 촉진 등 없이 비대면 진료만으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데,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하면 안전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김진숙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환자가 ‘감기 증상’이라고 말해도 실제 의사가 대면 진료를 해보면 다른 병으로 드러날 수 있는데, 비대면 진료로 이를 파악하지 못하면 환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잉 의료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건세 대한재택의료학회 회장(건국대 교수)은 “비대면 초진이 허용되면 일부 환자의 ‘의료 쇼핑’ 행태가 심해져 건강보험 재정 부담, 의료자원 낭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일단 재진 비대면 진료를 시행해 본 뒤, 범위 확대를 검토해보자는 제안도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비대면 초진으로는 꼭 필요한 진단·검사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일단 재진으로 시작하되, 이후 시행 상황에 따라 오진 위험이 적은 질병 등에 한해 초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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