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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용산 따라 ‘간호법 반대’ 복창…복지장관 말 뒤집기 자가당착

등록 2023-05-16 06:00수정 2023-05-16 11:49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 방침을 밝히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 방침을 밝히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여당인 국민의힘에 이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 법을 근거로 간호사 업무 범위가 바뀌는지에 대해 조 장관도 앞뒤가 다른 해석을 내놓는 등 정부가 간호법에 반대하는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인다.

조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14일 국민의힘 쪽이 재의요구 건의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복지부도 간호법에 대한 반대 의사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조 장관은 재의가 필요한 이유로 △보건의료 직역 간 협업을 저해할 우려 △병·의원에서의 간호서비스 약화 △지역사회 돌봄 수요의 간호사 독점 △간호조무사 등 특정 직역 차별 소지 등을 들었다. 간호법 제정안은 제정 목적(제1조)으로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점을 명시한다. 복지부는 향후 이 조항을 근거로 법 개정 등을 거쳐 간호사의 업무가 의료기관 바깥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나아가 간호사들이 병원 밖 지역사회로 나가면서 의료기관이 간호 인력난을 겪고, 학교·요양기관 등 지역사회에서의 돌봄·간호 수요가 간호사에게 독점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의료계 13개 직역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 주장과 일치한다. 그러나 간호법이 제정돼도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바뀌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간호법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등으로 기존 의료법과 동일하게 한정하기 때문이다. 의사 등이 아니면 의료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조항이 의료법에 있어, 간호법만을 근거로 간호사가 병·의원을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조 장관도 인정한다. 그는 브리핑에서 “간호사의 업무·역할(조정)은 의료법 개정 없이는 간호사들이 원하는 대로 확대되거나 강화될 수 없다”며 “국회에서 의결된 간호법안으로는 통합간호·돌봄체계 구축이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도 “현재 간호법안에는 실질적인 내용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대부분의 내용이 의료법의 간호 관련 조항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 자신도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간호사의 ‘타 직역 업무 침범 가능성’ 등을 간호법에 대한 반대 근거로 삼은 것이다.

의료법과 다른 틀에서 간호법을 별도로 제정하는 나라가 한국뿐이라는 당정 주장도 기존 복지부 설명과 부딪힌다. 국민의힘은 14일 한덕수 국무총리, 조 장관 등이 참여한 당정협의회를 연 뒤 보도자료를 내어 “간호법안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의료체계 붕괴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지난해 2월10일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당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11개 국가에 대한 입법 사례를 검토한 결과, 독립된 간호법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미국·독일·영국·캐나다·싱가포르 등 6개국”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복지부가 여당과 대통령실의 간호법 반대 기조에 발맞추느라 법에 대한 일관된 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는 지적이 인다. 정형준 한국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은 <한겨레>에 “국회에서 제정안이 통과된 상황에서 정부가 보건의료 직역 중 (의협 등) 한쪽 편을 드는 것은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할 뿐”이라며 “간호법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지역사회 돌봄 수요에 대응하고, 직역 간 업무 범위를 조정할지 고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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