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간호사의 날인 5월12일 오후 간호사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2023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축하 한마당 행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반발하는 간호계 집회를 앞두고 정부가 집회 참석 학생 수 파악 등을 명목으로 30여개 간호대학에 전화를 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대학 쪽은 정부가 집회 참석을 하지 못 하게 하려는 압박이라며 반발했다.
오의금 한국간호대학(과)장협의회장(연세대 간호학과 교수)은 18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협의회가 17일부터 전국의 간호대학장들한테 교육부가 전화해 학생들의 집회 참여 여부와 출결 처리 등을 조사했는지 물은 결과, 30여곳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경찰 정보과가 ‘이태원 참사 때문에 젊은 층이 많이 모일 때 안전 우려가 있다. 학교에서 단체로 집회에 참여하나’라고 물은 사례도 있다”며 “전남, 충북, 강원, 수도권 등 전국에 걸쳐 이런 조사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3만여명이 참여하는 ‘간호법 거부권 규탄 및 부패정치 척결을 위한 범국민 규탄대회’를 연다.
교육부 쪽도 이를 확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에서 집회에 단체로 참석하자고 한다’는 민원이 교육부 국민신문고로 접수됐고, 학생 커뮤니티에도 이런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며 “학생의 수업권 (침해) 부분과 안전 관련 트라우마가 있고,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대학들 교무처에 전화해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교육부가 ‘학생의 의사와 상관 없이 단체행동에 동원시켜서는 안 된다’, ‘대학의 공결 처리 기준을 준수해달라’고 대학에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수들은 학생 참여 여부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학생들의 집회 참여를 막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의금 회장은 “표면적으로는 안전이나 학습권을 말하지만, 대규모 간호법 집회를 앞두고 이런 조사를 하는 것은 정부가 일종의 모니터링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학장들은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정부 부처에서 이런 조사를 하는 게 공권력 남용 등의 여지가 있다면 협회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겠다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간호대학 교수는 “교육부 민원이 제기된 일부 대학에만 조사한 것도 아니고, 이번처럼 전국 여러 대학에 학생들의 집회 참여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대학에 대해 여러 권한을 가진 교육부가 대학 본부에 연락하는 것 자체가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학 본부가 간호대학 쪽에 ‘교육부에서 이런 연락이 왔으니 유의하라’, ‘집회에 단체로 참여하지 마라’, '집회에 참여하는 학생들 명단을 달라'는 등의 압박을 했다는 사례도 있다. 이런 일을 겪으면 간호대 교수들과 학생들의 집회 참여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원일 간협 정책 자문위원은 “앞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집회도 많았고 관련 학과 학생들이 참여하기도 했는데,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는 집회를 여니 (정부가) 갑자기 이런 조사를 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학생들의 집회 참여를 막는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짚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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