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코로나19 확진자 재택치료 체계에 돌입한 가운데 의료진이 비대면 진료를 보고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가 다음달 1일 시작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서 의료기관이 받는 수가(진료 가격)를 대면 진료보다 30% 더 주기로 결정하면서 더 많은 환자를 보기 위한 ‘3분짜리 화상 진료’가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탈모약 처방처럼 상대적 경증 환자에 의료 역량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열린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다음달 1일부터 실시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수가를 대면 진료보다 30% 높게 책정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과 약국은 기본 진찰료와 약제비 외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관리료’ 명목으로 진찰료와 약국관리료 등 명목으로 수가 30%를 추가로 받게 된다. 복지부는 의료기관·약국이 비대면 진료만 쏠리지 않도록 한달 비대면 진료·조제 건수를 전체 건수의 30%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비대면 진료에 따른 전체 수가의 30%를 환자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 재정이 들어간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 단계 기간 한시적 비대면 진료 때, 의원에서 재진을 받을 때 기준으로 진찰료 1만1540원과 비대면 전화상담 관리료로 추가비용 3460원(진찰료의 30%)을 추가 지급한 바 있다.
복지부는 ‘수가 30% 가산’이 시범사업 과정에서 의료 현장에 발생하는 추가 업무에 대한 보상이라고 설명한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브리핑에서 “의료기관으로선 환자를 초진과 재진 등으로 나눠 확인하고, 환자를 진료한 뒤 결과 등을 기록할 의무가 있다”며 “의료기관이나 약국에서 품이 드는 업무들이 늘어나는 만큼 수가를 가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대면 진료 수가는 시범사업 평가를 거쳐 이후 의료법 개정을 통한 본 사업 때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동안 시민단체 등에선 대면 진료와 견줘 비대면 진료 비용으로 30%를 더 보상할 근거가 없다며 수가 가산을 반대해왔다. 스마트폰 화상이나 전화 통화로 진행돼 별도 장비가 필요한 상황이 아닌 데다, 미국·영국·중국 등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국가 대부분 비대면 진료에 따로 수가를 추가하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 건정심에서도 비대면 진료 수가 가산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심의회 직후 “공급자(의약계)를 제외하곤 비대면 진료 수가를 30% 더 줄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였다”며 “대면 진료보다 수가를 더 주면 대면으로 볼 수 있는 환자를 비대면으로 보는 등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의료진들은 경증 질환 쏠림을 우려했다. 모든 질환에 대해 보상이 같다면 오진 가능성이 낮거나 상대적으로 증상이 가벼운 질환으로 의원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상범 서울신내의원 원장(대한재택의료학회 이사)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인 비대면 진료와 중증 환자 비대면 진료에 동일한 수가를 책정한다면 의사 입장에서는 경증 환자만 보려할 수 있다”며 “결국 재택의료가 더 절실한 중증·고령환자, 동반질환이 많은 환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짚었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얼마나 많은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돼야 할지도 뚜렷치 않은 상황이다. 차전경 복지부 과장은 “(비대면으로 초진과 재진이 모두 가능하던 이전과 달리) 이번 시범사업 때는 재진 위주여서 재정이 절감될 수 있다. 다만 향후 비대면 진료 수요가 늘어날 부분도 있어 구체적으로 (소요) 재정을 예측하긴 어렵다”며 “6개월 정도 사업을 진행하며 다시 추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복지부가 공개한 코로나19 재택치료 제외 비대면 진료 현황을 보면, 지난해 비대면 진료 건수는 374만건이며 진료비는 662억원이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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