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묶여있는 전국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해 2025학년도 입시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5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인구가 감소하니 의사 수를 늘릴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고령화가 되고 건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니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확실하다”며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사 증원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의사 선생님들이 반대하지만, 의료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잘 협의를 해보겠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2025학년도 입시에 의대 신입생 정원을 3058명에서 3570명으로 512명 늘리는 내부 방안을 마련했으며 이르면 이달부터 의협과 구성한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등을 통해 구체적인 의사 증원 규모와 방식을 논의할 계획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려면 복지부가 늦어도
내년 1월 초까진 필요한 숫자를 확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의대 신입생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400명씩 늘려 10년간 유지해 의사 4천명을 추가 양성하려 했으나 집단 진료거부에 부닥치면서 의협과 합의를 통해 코로나19 유행이 안정된 이후 의정협의체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 등 필수의료 육성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조 장관은 중증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구급차를 탄 채 헤매는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경증환자의 권역응급의료센터 이송을 제한하는 대책을 서둘러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에 따른 최상위 응급의료기관으로, 중증 응급환자 진료와 재난 대비 지역 거점병원이다. 조 장관은 ‘응급실 뺑뺑이’ 사고가 반복되는 데 대해 “경증환자로 인한 응급실 과밀화, 수술 가능 의사와 병상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6곳에 지역 응급(의료)상황실을 조기 구축해 중증 응급환자에 대해 응급실 우선 배정 권한을 부여하고, 경증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이송을 제한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올해 안에 수도권과 제주, 충청, 호남,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등 6곳에 지역 응급의료상황실을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달 31일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를 열어 의료진·병상 등 지역별 응급의료 자원을 파악해 배분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인 ‘지역 응급의료상황실’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중증 응급환자를 이송하되 응급실 병상이 없는 경우 경증환자를 빼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정협의회에 이어 구체적인 대책 발표 시기에 대해 “재정당국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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