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9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공식 재개하면서 의사단체 쪽에 의사 수 확대 방안을 직접 내놔야 한다며 압박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2025학년도 입시 반영을 목표로 2년9개월 만에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섰지만, 의협은 의대 증원이 우선 순위가 아니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8일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의료인력 배치 및 양성’ 안건을 놓고, 18년째 3058명에 묶여 있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논의를 공식 재개했다. 지난 2020년 9월4일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대 정원 확대를 협의하기로 한 의·정 합의 이후 2년9개월여 만이다. 당시 복지부는 의대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400명씩 늘려 10년간 4000명 추가 양성할 계획이었으나,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에 부딪힌 끝에 중단했다.
논의 재개와 함께 복지부는 의협 상대로 의사 수 확대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머리 발언에서 “의사 역할과 전문성이 보건의료 정책 혁신에 반영되지 못하면 의협은 국민으로부터 의사 권익 보호만 최우선으로 하는 직능단체로 평가받을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 의협이 의사 수 증원을 위한 구체적인 원칙과 방안, 일정을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이달 중 얼마나 의사가 부족한지 의료인력 수급 추계 전문가 포럼도 구성하기로 하고 의협에 참여를 요청했다. 바로 직전 회의였던 지난달 24일 의대 정원 언급조차 없었던 것과 분위기가 달랐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복지부는 특히 환자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 원인 중 하나로도 의사 부족 문제를 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18일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12명 늘리는 내부 방안을 마련한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지난 5일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경증 환자로 인한 응급실 과밀화와 수술 가능 의사·병상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가 우선 순위가 아니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 회장은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최소 10년 후에야 전문의가 배출돼 공백기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했다. 의협은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수가(진료 가격) 가산이나 과실이 없는 의료사고에 대한 처벌 부담 완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를 현실화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7∼10개월 정도다. 의대 정원 확대에 필요한 권한과 실무를 담당하는 교육부는 복지부가 늦어도 내년 1월 초까지 필요 인원을 통보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복지부는 이 문제를 내년 4월 전까지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통상적인 절차와 다르게 행정 절차를 줄일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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