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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사용 금지’ 질병청 지침에도…전신 소독기 사느라 40억 낭비

등록 2023-08-20 14:49수정 2023-08-31 16:44

환경운동연합 정보공개청구 자료
2020년 11월 1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방위산업전에서 바이어와 참가업체 관계자들이 소독기를 통과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11월 1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방위산업전에서 바이어와 참가업체 관계자들이 소독기를 통과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 방역 효과가 없는 전신 소독기를 사느라 지난 3년 동안 약 40억원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기관에선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전신 소독기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다.

환경운동연합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정부·지자체의 전신 소독기 보유·운영 현황’을 20일 보면,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지자체 34곳은 2020년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신 소독기 203대를 구매해 구청·사회복지시설 등 153개 기관에 설치했다. 자료로 확인 가능한 139대 구매 비용은 모두 28억3033만원으로 한 대당 평균 2036만원꼴이다. 203대를 사는 데 약 40억원이 쓰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작동 방식을 보면 초음파·자외선 활용 141대, 소독제 분사 57대 등이다.

전신 소독기는 터널을 지나거나 캐비넷에 들어가는 형태로 나뉘며, 초음파·자외선(UV)을 쬐거나 소독제를 뿌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바이러스 감염 예방엔 효과가 없다. 질병관리청이 2022년 5월 내놓은 ‘코로나 대응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제3-5판)를 보면 “초음파, 고강도 자외선, 엘이디(LED) 청색광 등 소독 방법은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돼 있다. 더불어 “소독제 분사는 어떤 경우도 권장하지 않는다”며 “눈과 피부에 자극을 주고 호흡기 증상, 메스꺼움, 구토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바뀐 지침(제3-6판)에는 “소독제 분사를 어떤 경우에도 금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겨레 취재 결과, 일부 기관에선 소독제 분사 방식의 소독기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2020년 12월~2021년 1월 소독제를 사람에게 뿌리는 기계 2대를 구매해 기저질환자·고령층이 많은 노숙인 복지시설 두 곳(브릿지종합지원센터·영등포보현종합지원센터)에서 활용했다. 서울시 자활지원과 관계자는 “질병청 지침을 몰랐다. 앞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시설에 전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 자료를 보면,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립춘천병원,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 국방부 육군본부와 다수의 육군 부대 등에서도 소독제 분사 전신 소독기를 사용한 적이 있다.

코로나 방역조치가 크게 완화된 올해 들어서도 인천시청(1대), 대전 동구청(3대),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1대)가 전신 소독기(자외선 활용)를 구매했다. 이들 기관은 “방역 효과가 없다는 걸 몰랐다”(인천시), “살균 효과 시험성적서가 있는 제품”(대전 동구청), “공기청정 목적으로 사용 중”(행안부)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방식이든 전신 소독기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권한다. 박은정 경희대 의과대학 교수(생화학·분자생물학)는 “소독제를 분사하면 피부와 호흡기가 동시에 소독제에 노출돼, 면역 기능이 부족한 노인 등에게 특히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저농도 자외선이라도 장기간 쬐면 피부 염증·피부암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강홍구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방역 효과와 안전이 입증되지 않은 전신 소독기를 여전히 사용하는 건 문제”라며 “조속히 사용을 중단하고, 사용 실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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