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환자의 엑스레이 폐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감소세였던 결핵 환자 수가 올해 들어 증가세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결핵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고위험군인 65살 이상 고령층 환자 증가 폭이 커 방역당국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질병관리청이 5일 발표한 ‘1∼3분기 국내 결핵 환자 발생 현황’을 보면, 올해 1∼9월 결핵 환자는 1만5451명(잠정치)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5432명)보다 0.1%(19명) 증가했다.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7.9%씩 11년간 해마다 줄어든 결핵 환자 수가 12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미다.
연령대를 구분해보면 60대(6.9%)와 80대 이상(7.8%)에서만 결핵 환자 수가 증가했다. 65살 이상 결핵 환자는 지난해에 견줘 5.0%(430명) 늘었으나, 64살 이하 환자는 5.9%(411명) 줄었다. 질병청은 올해 들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등 코로나 방역 조처가 대부분 해제돼 대면 접촉이 늘면서 결핵 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유행 시기 줄었던 검사나 진단이 늘어난 것도 증가 요인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면서 1∼9월 외국인 결핵 환자도 지난해 815명에서 올해 870명으로 증가했다.
2011∼2023년 국내 결핵 환자 발생 추이. 질병관리청 제공
지영미 질병청장은 “어르신들은 환절기 호흡기 질환에 취약해 마스크 착용 등 개인방역과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 달라”며 “가족들이 많이 모였던 추석 연휴 이후 2주 이상 기침이나 식은땀 등 증상이 있으면 꼭 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결핵 사망자 1322명 중 1131명(85%)이 65살 이상 환자였다. 질병청은 1년에 1회 전국 보건소에서 65살 이상을 대상으로 무료 결핵 검진을 진행하고 있다. 신분증을 챙겨 주민등록상 거주지 보건소에 방문하면 무료로 흉부 엑스선 검사 등을 받을 수 있다.
2급 법정 감염병인 결핵은 폐 등 우리 몸 속 조직이나 장기가 결핵균에 감염돼 생기는 만성 감염병이다. 그간 감소세에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결핵 환자가 발생하는 국가다. 2021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 38개 회원국 가운데 결핵 환자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44명으로 1위였고, 사망률은 10만명당 3.8명으로 콜롬비아(5.0명)와 리투아니아(4.6명)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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