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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비수도권 입학해도 실습은 수도권에서…‘무늬만 지역의대’ 어떻게

등록 2023-10-25 06:00수정 2023-10-25 13:26

늘어난 정원 배분 방식
정부가 의대 정원을 구체적으로 얼마나 늘릴지 결정하면, 이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지도 숙제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정원을 구체적으로 얼마나 늘릴지 결정하면, 이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지도 숙제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를 공식화한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마무리하며 국립대인 충북대·강원대·제주대와 사립대인 울산대·성균관대 의대 정원을 언급했다. 모두 정원이 50명도 되지 않는 군소 의대다.

정부 관계자 말을 24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을 늘려 비수도권 국립대와 정원 50명 미만 의대 규모를 키우는 방안을 유력 검토 중이다. 의료정책 자문이나 지역 공공의료 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도 의사 수가 부족한 비수도권 중심으로 정원 배분에 집중하자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렇게 늘어난 의대생이 졸업 뒤 수도권으로 향할 여지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증원 조건과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원 50명도 안 되는 의대 17곳

의료계에선 다양한 진료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원과 실습 기자재 등이 필요한 의대 특성상 입학 정원은 최소 100명 이상이어야 원활한 교육이 가능하다고 본다. 복지부가 올해 1월 작성한 ‘의사 인력 참고자료’를 보면, 전국 40개 의대의 평균 정원은 76.5명이다. 그중 17곳(42.5%) 정원은 50명도 안 된다. 정부는 지역 국립대병원을 서울의 ‘빅5’ 수준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국립대 의대 10곳 평균 정원도 96.3명에 그친다.

이런 까닭에 복지부는 2025학년도부터 정원을 512명 더 늘려 국립대 의대와 군소 의대에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장(의료관리학)은 “비수도권에 (인력) 자원을 집중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 정책에 공감했다. 그는 “단기간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수진이 충분하고 병원 역량이 축적돼 있으면서 정원이 부족한 곳 위주로 증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보건경제학·간호관리학)도 “국립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기본 방향은 옳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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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소재지와 먼 부속·협력병원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9월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윤 대통령이 군소 의대로 언급한 곳 중 하나인 울산대는 실습 교육을 위한 부속·협력병원이 세군데 있다. 울산대병원(2022년 기준 979병상)을 부속병원으로, 서울아산병원(2732병상)·강릉아산병원(802병상)을 협력병원으로 운용한다. 일부 사립대의 경우 비수도권에 있다 하더라도 주로 수도권에 위치한 대형 협력병원에서 실습 교육이 이뤄지며, 대학 졸업 뒤 전공의(인턴 및 레지던트) 과정도 수도권에서 밟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한 비수도권 의대 교수는 “학교가 비수도권에 있어도 부속·협력병원이 수도권에 있으면 대부분 실습·수련 교육을 수도권에서 받는다”며 “학생 선발 때부터 의대가 위치한 지역에서 의무 복무(수련)하는 조건 등을 걸지 않으면 수도권 대형병원만 정원 확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까닭에 지역별 부족 의사 수를 파악해 지역 단위로 묶어 늘어난 정원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전국 평균보다 인구당 의사 수가 적은 지역에 늘어난 정원을 할당하고, 해당 지역 안에서 필수의료를 책임지려는 의대의 입학 정원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여건을 제대로 갖춘 의대를 선별해 단계적 증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지역·군소 의대 교육 여건상) 지금 정원에서 3분의 1 정도 늘리는 게 최대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신설 요구 봇물, 공공의대는?

의대 정원 확대가 본격화되자 국립대 의대가 없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의대 신설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이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의대 신설과 관련해 발의된 법안은 16개에 달한다. 교육부가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교육부는 복지부에 보낸 공문에서 의대가 없는 11개 학교에서 의대 신설 수요가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코로나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민낯을 드러낸 취약한 공공의료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국가·지자체가 직접 의사를 양성하는 공공의대 설립에 공감하는 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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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초빙교수는 “공공의대를 설립해 학생 선발 단계에서부터 지역·필수의료에서 일할 사람을 뽑고 교육 과정도 전반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신 의학을 제대로 가르치는 의대 설립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므로, 공공의대를 비롯한 의대 신설은 중장기적 과제로 추진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의대 신설은 어려운 기술이 집약된 회사 설립과 비슷하다”며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의대 설립을 별도로 추진 중인) 카이스트나 포스텍(포항공과대), 서울대병원이나 민간 대형병원이 확보한 기술력을 모두 모아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공공보건의료 리더를 양성할 수 있는 공공의대 설립을 5~10년 긴 호흡으로 설계하자”고 제안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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