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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빈대 잡기 급한 정부, 방역용 살충제 활용…“인체 영향 기존과 비슷”

등록 2023-11-07 21:03수정 2023-11-08 08:44

제2차 빈대 확산 방지 정부합동대응회의
4주간 대중교통·숙박시설 등 집중 점검
지난달 대구의 한 대학교 기숙사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빈대 박멸을 위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대구의 한 대학교 기숙사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빈대 박멸을 위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빈대 방역에 모기·파리·바퀴벌레 퇴치에만 쓰던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활용하기로 했다. 최근 국내에서 출몰하는 빈대는 지금까지 써온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내성)이 강하지만,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은 이보다 약하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3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4주간 대중교통과 보육·숙박시설 등에 대한 빈대 발생 상황을 점검해 발견 즉시 방제 작업을 할 계획이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빈대 확산 방지 정부합동대응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선 국내에 빈대 방역용으로 승인된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등 대체 살충제를 조속히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다음주 중 긴급 사용 승인 및 변경 승인을 추진한다. 방역당국은 국내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빈대 방역용으로 승인한 적은 없으나, 미국 등 국외에서는 이 물질을 빈대 방역에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 승인 등에 관한 규정’(국립환경과학원 고시)에 따라 살충제는 유통 전에 안전·효과성을 검증받는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긴급 사용 승인은 사전 검증 없이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가해주는 제도이며, 용도나 배합 비율 등을 바꾸는 변경 승인은 사전 검증을 거쳐야 한다. 방역당국은 이미 승인받은 제품이 있는 방역업체용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빈대 방역용으로 긴급 사용 승인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방역업체용 살충제를 빈대 방역용으로 긴급 사용 승인하면서 변경 승인도 접수받고, 가정용으로 쓸 수 있도록 한 제품이 있으면 변경 승인을 접수받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국내엔 가정용으로 승인된 분사형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양영철 을지대 교수(보건환경안전학과)는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이 있는 빈대라도 작용기작(약물이 생체에 대해 작용하는 원리)이 다른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엔 저항성이 낮을 수 있다”며 “적정 용량·용법으로 사용하면 인체 유해성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시혁 서울대 교수(응용생물화학부)도 “빈대가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이 커 일반 사용량보다 1천배 높은 농도로 사용해도 쉽게 죽지 않는다”고 짚었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 일부는 꿀벌을 죽이는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을 야외에서 농작물에 대량으로 뿌릴 경우 꿀벌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실내에서 빈대 방역에 사용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며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네오니코티노이드계와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가 비슷한데, 빈대 방역에 효과가 떨어지는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 사용량을 늘리면 더 해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7일 정부 합동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전국 17개 시도에 접수된 빈대 의심 신고는 30여건이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빈대 확산 대응을 위해 지난 3일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정부 합동대책본부를 꾸려 운영을 시작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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