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창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 사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제공
“제가 서울로 다시 가면 큰일 납니다. 위급한 환자가 서울 큰 병원까지 가다 죽는 거예요. 형편이 어려운 환자는 서울로 가지 못해 치료를 포기할 수도 있고요.”
홍순창(50)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15일까지 사흘에 걸쳐 짬이 날 때마다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큰일 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강원도 지역에서 가슴을 열고 하는 심장수술 대부분을 집도하고 있다.
강원도에서 365일 24시간 심장·혈관질환 응급진료가 가능한 곳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한 곳인데, 이 병원 유일한 심장혈관외과 전문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가 한 수술은 심장수술 212회를 포함해 342회에 이른다. 거의 매일 수술을 한 셈이다. 그토록 수술이 많은 건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영주·봉화, 충북, 심지어 경기도에서도 환자가 옵니다. 그분들이 사는 곳 (반경) 100~150㎞ 안에서 (심장·혈관)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병원이니까요.”
홍 교수는 수술뿐 아니라 외래진료도 혼자 본다. 의료계에선 최중증 환자를 보는 상급종합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에서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려면 전문의가 최소 2명 이상 필요하다고 여긴다. 심장뿐 아니라 심장과 연결된 혈관 등 생명에 영향이 큰 신체 기관을 다루므로 미리 계획한 수술뿐 아니라 응급수술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10시간 넘는 수술이 잦고 수술 후 환자도 전담 관리한다. 혼자서는 무리인 셈이다. 그렇지만 함께 수술할 의사를 구하기가 힘들다. 전공의가 1명 있지만 내년엔 공보의 근무를 위해 자리를 비울 예정이다.
강원도는 홍 교수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강릉에서 초·중·고교를 나와 연세대 원주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 세브란스·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15년간 수술과 진료 경험을 쌓았다. 다시 원주로 돌아가겠다고 마음먹은 건 머나먼 곳에서 서울까지 원정 오는 환자들 때문이었다.
“경북 포항에서 온 환자가 그러더라고요. 약값보다 왔다 갔다 교통비가 더 들겠다고. 수술하는 의사가 포항에도 있고, 강원도에도 있다면 환자가 의사 찾아 여기저기 쫓아다니지 않아도 되잖아요.”
의사들이 지역에서도 충분히 진료 경험을 쌓아, 이들을 필요로 하는 지역 내 또 다른 의료취약지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제때 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길 꿈꾼다.
홍 교수의 분투와 상관없이 강원도 의료 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강원도 주민이 자동차를 운전해 종합병원에 닿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7분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경남(38분) 다음으로 의료 접근성이 낮았다. 서울에선 자동차로 평균 3분이면 종합병원에 도착할 수 있다.
“강원도 공기가 아무리 좋아도 70살 이상 어르신은 오지에 살 수 없어요. 의료가 살아 있어야 사람들도 안심하고 그 지역에 살 수 있는 겁니다.”
그가 이러다 “큰일 난다”고 한 또 다른 이유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