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요양원을 방문한 모습. 사진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는 21일 국민들의 간병비 부담을 덜기 위해 병원 간호인력이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와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단계적 확대 등을 뼈대로 한 대책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간병 부담은 ‘간병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대책을 주문한 지 이틀 만이다. 그러나 환자·보호자들이 간병 돌봄으로 인해 짊어지고 있는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고통을 덜기 위해선 필요한 서비스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 불필요한 요양병원 병상 축소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보건복지부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이용자를 현재 연 230만명에서 2027년 400만명으로 늘릴 경우, 내년부터 4년간 환자·가족의 간병비 부담을 10조원 이상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간병인을 사적으로 고용하면 하루 평균 11만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통합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건강보험 적용으로 비용이 5분의 1 수준(2만2천원)으로 줄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의료기관들이 간호인력을 충분히 확보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2022년 기준 종합병원급 의료기관 가운데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율은 37.4%에 그친다. 이주열 남서울대 교수(보건행정학)는 한겨레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하려면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데 각종 수당 등 인건비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병원 입장”이라며 “인건비 지원 확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병원들이 반기는 정책은 아닐 것”이라고 짚었다. 송금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제공 기준을 충족하는 시설 등을 갖추려면 몇년 동안 준비해야 할 부분도 있다”며 “한꺼번에 통합서비스를 늘릴 수 있는 병원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행법상 요양병원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제공 기관에서 제외돼 있어 환자와 가족이 간병비 전액을 부담하고 있다. 이에 대한 공적 지원을 늘려야 간병비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지만 재원 마련이 숙제다. 복지부는 요양병원 입원환자 중 의료서비스 필요성이 매우 큰 환자를 대상으로 간병비를 지원하려면 연간 15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비 85억원을 확보해 내년 7월 시작하기로 한 간병비 지원 시범사업의 경우 돌봄이 필요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장기요양등급 중증(1·2등) 판정을 받고 의료서비스 역시 고도·최고도로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시범사업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은 요양병원 10곳의 입원환자 600명이다.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제도화를 위한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선 2026년 2단계 시범사업 때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만 밝힌 상태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확대와 함께 불필요한 입원 병상을 줄이고 요양원과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건강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요양병원 입원환자 47만5949명 가운데 의료서비스 필요도가 큰 환자는 14만2739명(30%)이었다. 요양병원 입원환자 10명 중 7명은 불필요한 병원 이용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보건경제학·간호관리학)는 “요양병원은 간병이 필요하거나 수술 뒤 회복하는 환자를 중심으로 그 기능이 재편돼야 한다”며 “이런 작업 없이 지원 사업을 제도화하면 건강보험 등 공적 재정으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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