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3일 모든 의약품을 보험약으로 등재하는 현행 약값 결정방식(네커티브 시스템)을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약을 위주로 선별해 등재하는 방식(포지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 등을 뼈대로 하는 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또 신약에 대해서는 약값이 최종 결정되기 전단계에 건강보험공단이 제약회사와 가격 협상을 하도록 해 보험 인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방침에 미국 쪽은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정부 과천청사에서 복지부 주최로 국내외 제약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해 비공개로 연 약값 적정화 방안 설명회에서 미국대사관 직원이 복지부 차관에게 포지티브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재고해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미 대사관 쪽에서는 브라이언트 트릭 일등 서기관과 커트 탕 참사관이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새로운 약값 관리 방안은 제약분야에 연구 개발과 투자를 많이 하는 미국 쪽 다국적 제약회사에 불리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다음달 초부터 시작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약값 문제’가 핵심의제로 떠오를 것을 예고해 주목된다.
이 회의의 한 참석자는 “미국 쪽은 우리나라 새 약값 방안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기득권을 침해하는 걸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다른 나라 정부가 결정한 제도를 재고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며 일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상용 복지부 보험연금정책본부장은 “우리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이미 대통령과 국회에 수차례 보고한 사안으로, 한 나라의 정책을 고쳐 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창곤 김양중 기자 go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