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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반도체산업-림프종 연관성 규명
백혈병 산재논란은 여전히 숙제

등록 2008-12-29 22:02수정 2008-12-29 23:22

반도체공장 노동자 역학조사 결과
반도체공장 노동자 역학조사 결과
사람수 통계에 그쳐…추적기간도 짧아 한계
반도체 역학조사 의미와 한계

29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표한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의 건강실태 역학조사’ 결과는, 반도체 산업의 ‘직업병’ 위험성을 처음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백혈병이 아닌 비호지킨 림프종의 발병률이 높다는 점을 통계로 확인하는 데 멈췄지만, 박두용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은 “반도체 노동자들의 림프종 발병률이 높다고 확인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쟁점이었던 백혈병 문제를 두고, 연구원은 “여성 노동자들의 백혈병 위험도가 일반인에 견줘 높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에 유가족과 ‘반올림’ 등 시민·사회단체는 거세게 반발했다. 이번 조사 결과가 백혈병에 걸린 개별 노동자들이 근로복지공단에 낸 ‘산업재해’ 승인 신청 판단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유가족 등은 기자회견장 단상에 올라가 “연구원이 뚜렷한 결론 없이 의미 없는 통계만 나열했다”며 역학조사 보고서를 찢는 등 거칠게 항의했다. 이들은 “반도체 회사에 면죄부를 주지 않으려면 통계 수치가 아닌 명확한 결론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역학조사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어난 ‘의문의 집단 백혈병’ 원인을 밝히려고 시작됐다. 기흥공장에서 반도체 원판 세척 일을 했던 황유미씨가 백혈병에 걸려 지난해 3월 숨진 데 이어, 황씨와 같은 조에서 일한 이아무개씨도 백혈병으로 숨졌다. 유가족들은 “화확물질 노출이 백혈병의 원인”이라며 산재 신청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황씨의 개별 역학조사 결론을 유보했던 연구원은 이번에도 “황씨가 일한 작업환경 측정 결과, 백혈병의 직접 원인이 되는 벤젠이나 방사선량에서 문제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유가족 등은 “업무 연관성에 대한 설명도 없고, 추가 조사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유정옥 산업의학과 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연구원 보고서에는 사람 숫자만 통계로 나와 있을 뿐, 어떤 반도체 제조공정의 노동환경이 문제였는지는 빠져 있다”며 “공단이 보고서를 근거로 산재 신청을 기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의 한계를 두고, 박정선 연구원 직업병연구센터 소장도 “10만명에 2~3명만 나타날 만큼 발생률이 매우 낮은 림프조혈기계 암의 위험도를 평가하기엔 추적 기간 10년이 짧고, 직무·공정 정보도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여성 노동자들의 비호지킨 림프종·백혈병 발병률이 일반인에 견줘 1.31~5.16배까지 높게 나타난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 원장은 “백혈병 위험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며 “반도체 업체들이 (직업병 예방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상철 단국대 교수(산업의학)는 “백혈병도 비호지킨 림프종과 같은 림프조혈기계 암이므로, 같은 물질이나 환경이 백혈병 발병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황예랑, 최원형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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