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7일 전후 멕시코 여행객 감염 가능성”
정부가 북중미에서 창궐한 돼지 인플루엔자(Swine Flu)의 유입에 대비해 27일 비상 체제를 가동하고 나섰다.
국내 검역 및 질병관리 수준을 고려할 때 유행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일단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키로 했다.
◇"입국자 90%는 못 걸러"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입국객들을 검사하고 있지만 검역 과정에서 거르기 힘들다"면서 "5~10% 정도만 걸러지고 90%는 안 걸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증상이 나타난 뒤가 아니라 잠복기에 전파와 감염이 이뤄지기 때문에 공항과 항만의 입출국 검역 과정에서 보균자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멕시코의 경우 직항이 없고 대부분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해 여행하므로 여행객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지난 17일을 전후해 멕시코를 거쳐 LA와 텍사스 등을 통해 들어온 사람은 7천~1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면서 "잠복기를 3~7일 정도로 보면 이들이 일주일 정도를 무사히 넘기면 유행 위험을 넘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돼지 인플루엔자에 걸린 일부 여행객이 국내에 입국했을 수 있다고 보고 발열 신고 접수 등을 통해 최대한 빨리 의심 환자를 찾아내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전병률 전염병센터장은 "돼지 인플루엔자가 국내에 유입됐을 수는 있지만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부는 돼지 인플루엔자가 과거 유행했던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도 걱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연 면역력을 보유한 사람이 없고 바이러스를 정확히 검사할 기구나 시약도 전무하다. 아울러 동물이 아닌 인간끼리도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북중미의 감염 사례를 통해 확실해졌다는 점도 우려의 대상이다. ◇일일 감시체계 가동 정부는 이날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어 돼지 인플루엔자 일일상황 점검 시스템을 구축, 관계 부처로부터 진행 상황을 매일 보고받는 등 감시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수시로 관계 부처 장·차관 회의를 열어 시의적절한 대책을 점검·보완키로 했다. 이에 따라 보건족지가족부는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상시 검역 체계를 운영하고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서 나오는 정보를 신속히 수집하는 한편, 출입국자에 대한 검역과 발열 감시 등을 강화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와함께 미국, 멕시코 여행객에 대해 항공기 내 주의 방송을 통해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 현재 여행 중인 국민에게도 문자 메시지를 보내 주의보를 전달하고 있다. 이밖에 돼지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가 발생하는 즉시 환자를 격리하고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치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치료제인 `타미플루'와 `리렌자' 보유분을 현재 250만 명분에서 500만 명분으로 배로 늘리기로 하고, 예산 당국에 예비비 사용을 신청했다. 외교통상부는 미국, 멕시코 등의 현지 상황을 관계 부처에 즉각 통지해 필요한 조처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농림수산식품부는 돼지 사육 농가에 대한 예찰 및 방역을 강화하고 사육 농가에 돼지 인플루엔자 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 ◇"돼지고기 수입검역 큰 의미없어"정부는 전날 미국과 멕시코뿐 아니라 인접 국가의 돼지고기에 대해서도 검역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는 국민들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정부의 조치로 실제로 돈육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미국 보건당국은 돼지고기의 검역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 의료인은 "돼지고기를 검역하는 것은 질병학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면서 "다만 국민을 안심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 내에선 돼지 인플루엔자의 약칭과 관련해 작은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조류 인플루엔자(AI:Avian Influenza)의 약칭을 `조류 독감'으로 표현했다가 닭과 오리의 판매가 급감해 농민의 원성을 샀던 점을 떠올려 '돼지 독감'이란 표현은 쓰지 않기로 했다. 실제로 독감은 국어사전에서 '인플루엔자(Flu)'란 뜻으로 쓰이지만 '심한 감기'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러나 돼지 인플루엔자의 영어 표현인 `Swine Influenza'의 약자 SI가 계절 인플루엔자(Seasonal Influenza)와 겹치고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등에서도 SI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AI와 같은 영어 약자도 쓰지 않기로 했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 (서울=연합뉴스)
전병률 전염병센터장은 "돼지 인플루엔자가 국내에 유입됐을 수는 있지만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부는 돼지 인플루엔자가 과거 유행했던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도 걱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연 면역력을 보유한 사람이 없고 바이러스를 정확히 검사할 기구나 시약도 전무하다. 아울러 동물이 아닌 인간끼리도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북중미의 감염 사례를 통해 확실해졌다는 점도 우려의 대상이다. ◇일일 감시체계 가동 정부는 이날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어 돼지 인플루엔자 일일상황 점검 시스템을 구축, 관계 부처로부터 진행 상황을 매일 보고받는 등 감시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수시로 관계 부처 장·차관 회의를 열어 시의적절한 대책을 점검·보완키로 했다. 이에 따라 보건족지가족부는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상시 검역 체계를 운영하고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서 나오는 정보를 신속히 수집하는 한편, 출입국자에 대한 검역과 발열 감시 등을 강화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와함께 미국, 멕시코 여행객에 대해 항공기 내 주의 방송을 통해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 현재 여행 중인 국민에게도 문자 메시지를 보내 주의보를 전달하고 있다. 이밖에 돼지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가 발생하는 즉시 환자를 격리하고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치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치료제인 `타미플루'와 `리렌자' 보유분을 현재 250만 명분에서 500만 명분으로 배로 늘리기로 하고, 예산 당국에 예비비 사용을 신청했다. 외교통상부는 미국, 멕시코 등의 현지 상황을 관계 부처에 즉각 통지해 필요한 조처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농림수산식품부는 돼지 사육 농가에 대한 예찰 및 방역을 강화하고 사육 농가에 돼지 인플루엔자 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 ◇"돼지고기 수입검역 큰 의미없어"정부는 전날 미국과 멕시코뿐 아니라 인접 국가의 돼지고기에 대해서도 검역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는 국민들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정부의 조치로 실제로 돈육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미국 보건당국은 돼지고기의 검역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 의료인은 "돼지고기를 검역하는 것은 질병학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면서 "다만 국민을 안심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 내에선 돼지 인플루엔자의 약칭과 관련해 작은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조류 인플루엔자(AI:Avian Influenza)의 약칭을 `조류 독감'으로 표현했다가 닭과 오리의 판매가 급감해 농민의 원성을 샀던 점을 떠올려 '돼지 독감'이란 표현은 쓰지 않기로 했다. 실제로 독감은 국어사전에서 '인플루엔자(Flu)'란 뜻으로 쓰이지만 '심한 감기'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러나 돼지 인플루엔자의 영어 표현인 `Swine Influenza'의 약자 SI가 계절 인플루엔자(Seasonal Influenza)와 겹치고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등에서도 SI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AI와 같은 영어 약자도 쓰지 않기로 했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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