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뇌교육>
<엄마표 뇌교육> 저자 서유헌 교수 “뇌 망가뜨릴수도…뇌 발달 맞춰 가르쳐야”
20개월 여자 아이가 한글책을 술술 읽고, 두 돌이 갓 지난 남자 아이가 팝송을 즐겨 부르는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종종 본다. 얼마 전에는 13살 송유근 군이 국내 최연소 나이로 박사 학위에 도전한다는 기사가 화제가 됐다. 엄마라면 누구나 자신의 자녀가 이처럼 ‘공부의 신’이 되기를 바란다. 서점과 도서관을 오가며 책을 읽히고, 온갖 학습지를 풀도록 강요한다. 이것도 모자라 우리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영어를 주입시키는 데 열을 올린다. 조기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 정말 효과가 있을까?
<엄마표 뇌교육>(아이트리 펴냄)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뇌 발달 시기에 맞는 ‘적기 교육’을 해야만 효율적인 학습이 이뤄진다고 본다. 우리나라 최고의 뇌 박사로 꼽히는 지은이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인간의 뇌가 발달하는 데는 최소 20년의 세월이 소요되어야 한다”며 “반면 우리 사회는 무리한 선행교육으로 아이들의 귀중한 뇌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고 해서 초등학교 때 가르쳐야 할 것을 유치원 시기에 가르치는 선행교육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인간의 두뇌 발달 과정에 근거한 것이다. 3살부터 6살 사이 우리 두뇌는 사고와 인성을 담당하는 전두엽 부위에서 신경회로 발달이 최고조에 이른다. 따라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고, 도덕성과 인성·예절 교육에 오히려 중점을 둬야 한다. ‘붉은 것은 사과, 사과는 맛있다’ 식의 단순한 암기식 지식교육보다는 ‘붉은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사과는 붉은색도 띠지만 초록색, 노란색 등도 띤다’ 식의 종합적이며 다양한 사고를 발달시키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특히 전두엽 기능 장애는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원인이 되므로 주의가 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글, 영어, 수학, 물리 교육은 유치원이 아닌 두정엽과 측두엽이 발달하는 만 6살부터 12살 사이인 초등학교 때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때는 한글 학습을 위해 다양한 책들을 재미있게 많이 읽고 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퍼즐 게임, 도형 맞추기, 숫자 및 언어 맞주기 등과 같은 입체 공간적 사고를 발달시키는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갓난아이 때는 뇌 발달을 위해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0~3살 시기에는 신경회로 세포가 전반적으로 왕성하게 발달한다. 따라서 전뇌가 고루 발달하도록 오감을 통해 다양한 자극을 줘야 한다. 특히 갓난아기 때는 시기와 상관 없이 손으로 하는 놀이를 자주 지속적으로 제공해주는 것이 좋다. 젓가락질, 연필 깎기, 가위질 하기, 종이찢기, 악기 연주, 운동화 끈 매기, 책장 넘기기 등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손놀이들은 무궁무진하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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