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정민석의 해부하다 생긴 일
나는 연재한 이 글을 통해서 해부학 농담과 지식을 알리려고 애썼다. 둘 중에 하나만 꼽으라면 해부학 농담이다. 해부학 농담을 즐기다 보면 해부학 지식을 저절로 갖추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부학 농담을 더 즐기기 위해서 해부학 지식을 더 갖추려는 사람도 생기기 때문이다. 즐기는 것이 아는 것이고, 끝내 이기는 것이다.
나는 연재하기 전부터 해부학 농담과 지식을 퍼뜨리고 싶었고, 그래서 명랑만화(4칸)를 750편 그렸다. 명랑만화의 제목이 ‘해랑 선생의 일기’이며, 해랑 선생은 해부학을 사랑하는 선생, 바로 나를 뜻한다. 이 글의 구석에 있는 내 얼굴이 해랑 선생의 얼굴이다. 보다시피 나는 낙서처럼 그리는데, 만화에서 중요한 것은 그림이 아닌 글이라고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명랑만화에 있는 해부학 농담과 지식은 연재한 이 글의 밑천이기도 하다. 같은 내용으로 만화도 그리고 글도 썼다는 이야기이다. 같은 내용으로 논문 2편을 펴내면 중복 논문인 것처럼 이 글은 중복 글이며, 언젠가 나는 혼날지도 모른다.
해부학 명랑만화를 보고 싶은 사람은 내 누리집(anatomy.co.kr)으로 가면 된다. 그런데 보고 실망할 수도 있다. 어른을 위한 만화라서 미풍양속을 해치고 청소년한테 해롭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과대학 학생을 위한 만화라서 보통 사람한테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깨닫고 웃으려면, 같은 누리집에 있는 해부학 학습만화와 해부학 강의 동영상을 차례대로 봐야 한다. 이것들을 묶은 프로그램(쉬운 해부학)도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더불어 사람 몸의 3차원 영상을 볼 수 있는 피디에프(PDF) 파일을 누리집에서 내려받으라고 권한다. 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함께 사람 몸의 절단면 영상과 3차원 영상을 다음처럼 만들었다. 해부학 실습실에서 시신을 0.2밀리미터 간격으로 연속절단하였고, 절단면이 나올 때마다 찍어서 절단면 영상을 만들었다. 온몸의 절단면 영상에서 구조물 하나하나의 테두리를 그렸고, 테두리를 쌓은 다음에 3차원 영상으로 재구성하였다. 시신을 연속절단한 것이 미분이라면, 테두리를 쌓은 것은 적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려받은 피디에프 파일을 열어서, 각 구조물의 3차원 영상을 마음껏 골라 보고 돌려 볼 수 있다. 이런 가상 해부가 의과대학 학생의 시신 해부를 대신할 수 없지만, 해부학 실습실에 못 들어가는 보통 사람한테는 알맞다. 해부학 만화와 강의 동영상을 가벼운 수업으로 여기고, 가상 해부를 가벼운 실습으로 여기기 바란다.
이제까지 이야기한 해부학 교육 자료는 내 누리집에서 모두 공짜이고, 회원 등록도 할 필요가 없다. 나는 월급을 꾸준히 받는, 자리잡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교육 자료를 팔아서 돈 버는 것보다 마구 퍼뜨려서 뽐내는 것이 좋다. 뽐내기에 한국은 좁다. 따라서 해부학 명랑만화를 영작해서 누리집에 올렸고, 다른 교육 자료도 영작하고 있다. 나는 <한겨레>의 과학 누리집(사이언스온)에 과학 명랑만화(꽉 선생의 일기)를 연재하는데, 이것도 영작해서 올렸다. 마침내 나는 싸이 가수처럼 전세계에 이름을 날릴 것이다. 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것이 틀림없지만, 그래도 기대를 갖고 도전해서 즐겁다.
다른 전문가도 자기 분야의 농담과 지식을 만화로 그려서 퍼뜨리기 바란다. 나처럼 그림 솜씨가 없어도 만화를 그릴 수 있으니까, 겁먹지 않아도 된다. 퍼뜨린 만화를 본 사람은 그 분야의 농담을 즐길 것이고, 그 분야의 지식을 깨달으면서 더 알고 싶어할 것이다. 이런 재능 기브(give)가 재능 기부이고 재능 뽐내기이다. 전문가는 자기 분야의 농담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끝>
정민석 아주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정민석 아주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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